김천기 인천시 공원녹지과 산림자원팀장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등 전국적으로 자연과 함께하는 걷기 열풍이 확산되는 요즘, 따사로운 봄바람에 실려 가까이에 있는 월미공원으로 발길을 옮겨 보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자연과 벗하며 걷는 산책길 속에서 어느새 흥겨운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월미공원 산책길, 이번 봄 벚꽃 피는 시기에 한번 가보면 더없이 멋있을 것 같아 자신 있게 소개해 본다.

월미공원은 1950년 인천상륙작전 당시에는 수많은 포격으로 민둥산이었다. 이후 군부대의 주둔으로 통제된 지역에서 수림보호 속에 그동안 인천시와의 조림사업 등을 통해 울창한 숲이 만들어졌으며, 군부대 이전 후 2001년 월미산을 개방하고 2004년부터는 전통과 친자연을 주제로 한 다양한 공원사업을 펼쳐 지금과 같은 멋진 산책로와 전통정원, 전망대들이 들어섰다.

특히 월미산 둘레로 잘 조성된 산책로는 도심 속 바쁜 현대인들에게 큰 준비나 각오 없이 마음만 먹으면 자연 속으로 들어가 안정과 휴식을 겸한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면서 더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월미공원 산책길은 외곽 길(바닥길), 둘레숲길, 그리고 정상길로 나누어져 있고 중간중간 서로가 연결된다. 월미공원 외곽으로 난 외곽 길은 월미산 외곽 둘레로 조성된 산책로로, 길이는 3㎞이다. 월미공원 정문 왼편으로 외곽 길을 걷다 보면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정원양식을 정(庭)과 원(園)의 개념으로 재현한 월미전통정원이 보이고, 중간에 꽃사슴과 채원(菜園) 등을 볼 수 있으며 월미산에서 흘러나오는 시원한 약수도 마실 수 있다.

계속 가다 보면 생태웅덩이와 화단 등이 잘 가꾸어져 있고, 우리 선조의 해외에서의 개척자적 삶을 기리고 그 발자취를 후손들에게 전하기 위해 건립한 한국이민사박물관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조금 더 걸어 내려가면 왁자지껄한 바이킹 같은 놀이기구를 즐기는 시설이 있으며 1980~90년대의 대표적 관광지였던 추억의 향수가 깃든 월미도 문화의 거리를 만나볼 수 있다.
외곽 길에는 벚꽃 가로수를 많이 심어 놓아 개화 시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벚꽃을 만날 수 있고 또 월미산의 수채화 같은 벚꽃 핀 모습들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외곽 길을 돌아 월미공원 안으로 들어오면 또 다른 정취의 둘레숲길과 정상길이 있다. 월미산 중턱으로 연결된 둘레숲길은 2.3㎞로 도보로 일주하는데 40분 정도가 소요되며, 말끔히 정비된 포장길과 자연 그대로의 흙길로 만들어져 식사 후 가볍게 산책하기에 좋고, 특히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노인들에게는 운동을 겸한 산책코스로 안성맞춤이다. 또한 둘레숲길 주변으로는 천연 자연림이 잘 보존돼 황조롱이, 박새, 직박구리 등의 서식지를 제공하여 신선한 공기와 함께 새소리를 들으며 쾌적한 산책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둘레숲길 옆으로는 계절별로 다채로운 꽃을 피우는 야생화 화단의 꽃내음을 맡을 수 있고, 나무사이로 인천항 갑문 시설을 살짝살짝 볼 수 있으며 서해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다 향기도 느낄 수 있다. 또한 월미산 안쪽에도 벚나무 군락이 많은데, 둘레길 곳곳에 심어진 벚나무 군락은 벚꽃 터널을 만들어 봄철마다 벚꽃놀이를 즐기러 오는 방문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정상길은 둘레숲길에서 월미산 정상(108m)으로 이어지는 0.8㎞의 등산로로, 길 주변에 울창하게 심어진 벚나무와 소나무가 내뿜는 숲속 향기를 즐기며 쉬엄쉬엄 오르다 보면 정상까지 그리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정상부에 오르게 되면 탁 트인 바다와 함께 인천의 랜드마크인 인천대교와 인천항 그리고, 주변 섬들을 모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시설이 조성돼 있고, 특히 석양이 질 때면 붉게 물든 바다, 배 그리고 섬이 한 폭의 그림 같은 장관을 연출한다.

정상길을 올라가기가 어려운 분들은 물범 카를 운행하고 있어 쉽게 정상에서 멋진 월미경관을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산책로 곳곳에서는 인천상륙작전 당시 포격에도 살아난 나무(월미평화의 나무)도 만나볼 수 있다. 월미산 지역은 한국전쟁으로 인해 50여 년 간 군부대가 주둔해온 탓에 자연생태가 매우 잘 보존돼 왔다.

덕분에 월미공원 산책로는 도시 근교에서도 살아있는 자연생태를 매우 가까이서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곳으로서, 바쁜 도심의 일상에서도 가끔은 짬을 내어 월미공원 산책로를 걸으며 자연의 낭만을 여유롭게 즐기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