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없는 양팀, 외나무 다리 맞대결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빠른 슛을 찼던 선수는 누구일까?

과거 K리그를 주름잡았던 '캐논슈터'를 꼽자면 황보관, 노상래, 이기형, 김두현 등이 있다. 그 중 두 명이 오는 15일에 감독으로 만나 맞대결을 펼친다.

주인공은 인천유나이티드를 이끄는 이기형 감독과 전남의 노상래 감독이다. 올드팬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소식이다.

인천은 15일 오후 3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리는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6라운드에서 노상래 감독의 전남과 맞붙는다.

슈팅 대결이 아닌, 그라운드 밖의 지략대결이다.

이기형 감독은 기록으로만 보면 K리그 최고의 캐논슈터다.

1999년과 2002년 올스타전에서 가장 빠른 슈팅을 기록하며 캐논슈터상을 2번이나 받았다.

특히 2002년 올스타전에서 보여준 138km의 기록은 K리그 캐논슈터 대회 최고의 기록이다.

전남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노상래 감독 역시 자타공인 당대 가장 강력한 킥을 보유한 스트라이커였다.

두 감독의 지도자 생활도 캐논슈터로 불렸던 선수시절 만큼이나 닮아있다.

두 감독 모두 팀의 수석코치로 활동하다 오늘날 팀의 감독이 됐다.

이기형 감독은 2016시즌 중반 감독 대행을 맞은 이후 지금까지 인천을 이끌고 있고, 노상래 감독은 2014년 12월 하석주 감독(현 아주대 감독)의 자진 사퇴 이후에 바통을 이어받아 전남을 이끌고 있다.

또 두 감독은 2016시즌을 누구보다 극적으로 보냈다. 이기형 감독은 2016시즌 막바지에 강등위기에 처해있던 팀을 맡아 마지막 10경기에서 6승 3무 1패를 거두며 거짓말 같은 클래식 잔류 드라마를 연출했다.

노상래 감독은 2016시즌 초반 10경기 1승 4무 5패의 극심한 성적 부진으로 자진 사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구단의 만류로 잔류한 노 감독은 이후 뛰어난 성적을 거뒀고, 최초로 전남을 상위 스플릿에 진출시키면서 5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처럼 선수 시절 같은 별명으로 불렸던 두 감독이 15일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

양 팀 모두 올 시즌 승리가 없다.

두 감독 모두에게 이번 대결은 결코 물러설 수 없는 한 판이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