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투성이의 세월호가 참사 1089일 만에 어둠의 바다에서 희망의 뭍으로 올라왔다. 3년여 동안 대한민국을 슬픔에 빠뜨렸던 세월호가 지루한 항해를 마치고 마침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찢기고 할켜진 세월호 모습을 지켜보는 모든 국민들은 참담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지난달 22일 세월호가 수상위로 떠올랐을 때 온국민의 눈과 귀가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 바다로 쏠렸듯, 이번에도 모든 국민은 세월호의 목포 상륙 뉴스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 같은 세월호의 참혹한 모습에 누구보다 남다른 감회를 느끼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그들은 다름 아닌 9명의 세월호 미수습자 유가족이다. 미수습자 유족들에 있어 이번 세월호의 귀환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세월호 미수습자 9명의 귀향이라는 특별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수습자 가족들은 유족이면서도 미수습자 유족이라는 이유로 주변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만 했다. 이로 인해 미수습자 유족들은 더욱 참담하면서 침통한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일부 가족은 이제 아예 눈물도 말라버렸다고 한다.

이제부터는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9명의 미수습자 수습, 수많은 의혹이 있었던 사고 원인에 대한 진상규명 등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이 가운데 가장 시급한 과제는 미수습자 수습이다. 사고가 발생한 지 3년 여가 됐지만 미수습자 가족들은 애타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왔다. 이제는 하루빨리 미수습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노력해야 할 시기다.

304명의 희생자가 생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어린 학생들을 비롯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명확하게 드러난 것이 없다. 선체조사위원회는 최근 영국의 독립 컨설턴트기관인 브룩스 벨에 감정 의뢰를 맡겼다고 한다.
브룩스 벨은 증거수집 차원의 감정을 시작한 상태다. 세월호 사고 이후 화물 과적, 고박 불량, 조타수의 운전 미숙, 무리한 선체 증축 등 세월호의 침몰 원인으로 꼽혀왔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명확한 검증이 필요하다.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통해 오랜 세월 우리사회를 짓누르고 있던 적폐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 세월호의 인양은 희망의 인양이다. 대한민국은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