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민 정치부 기자
▲ 이순민 정치부 기자
2014년 11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던 해양경찰청은 간판을 내렸다. 그 자리엔 국민안전처 산하 해양경비안전본부가 들어섰다. 위상은 예전 같지 않았다. 기능과 인력도 축소됐다. 급기야 해경본부는 이듬해 세종시로 옮겨졌다. '해경 해체'는 탄핵 당한 대통령의 결정이었다. 2014년 5월1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 구조 책임을 물어 해경 해체를 선언했다. 참사 34일 만에 처음 국민 앞에 선 자리였다. '7시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대통령의 가장 냉철하고, 신속한 지시였다.

대선을 앞둔 인천지역 1순위 공약은 그렇게 '창조'됐다. 최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각 당 대선 후보에게 '시·도별 10대 공약' 수용 여부를 공개 질의했다. 17개 광역자치단체가 발굴한 공약 과제가 여기에 담겼다. 인천 공약 첫머리에는 '해양경찰청 부활 및 인천 환원'이 올랐다. 지난 7일 국회 토론회에서도 인천 여야민정은 해경 부활과 인천 환원을 대선 후보들이 공약으로 채택하도록 촉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없어도 됐을 뻔했던 공약이었다. 대선 후보들은 그만큼 공약 찾는 수고도 덜었다.

파면된 대통령은 차기 정부에 1순위 공약만 남기지 않았다. 10대 공약에는 서울 7호선 청라국제도시 연장, 경인고속도로 일반도로화, 경인아라뱃길 활성화 등도 포함됐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며 '지역공약 이행계획'에 인천 공약 사업으로 추린 것들이다.

나머지 공약도 낯익긴 마찬가지다. 제3연륙교(영종~청라)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조기 착공, 수도권매립지 문제는 2014년 지방선거 때 유정복 인천시장이 내건 공약이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이들 현안은 공약으로 제시됐다. 선거 때마다 인물은 조금씩 바뀌었지만 약속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시민들은 몇 년째 해묵은 공약을 마주한 채 투표소로 향하고 있다.

대선이 어느덧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또 1년 뒤에는 지방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대통령과 시장이 바뀌는 동안 인천 공약은 한결같았다. 어떤 공약은 과거로 돌아갔다. 먹고사는 문제가 달린 '정책 선거'는 시민 선택지에서 지워졌다. 앞날을 내다봐야 할 선거가 과거를 반추하는 시간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