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구 사단법인 황해섬네트워크 섬보전센터장
▲ 선갑도 원경.
황해의 섬은 슬프다.
지금까지 섬을 순례하면서 섬에 뿌리박은 삶의 원형이 방치되고 섬이 파괴되는 것을 목격했다. 섬의 생태가 황폐화되고 섬의 주인들은 자기 땅에서 쫓겨나고, 공동체는 파괴됐다.

# 켬
지금은 수도권쓰레기매립장이 된 김포매립지(일명 동아매립지)로 30여 개의 섬이 사라진 인천 서구에 유인도가 하나 남았다. 세어도다. 쓰레기매립지에서 1㎞ 남짓 떨어진 곳이다. 세어도와 육지 사이에 작은 무인도가 하나 있다. 세어도 주민들이 '켬'이라 부르는 무인도다. 얼피 보기에 잠수함처럼도, 삿갓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켬'은 원래 모습이 아니다. 여느 작은 무인도처럼 동글동글하던 것이 인천 항구 건설에 뼈와 살을 내어주고 지금처럼 변했다.

# 풍도
봄이면 야생화 사진가들이 제일 먼저 찾는 섬이 풍도다. 풍도바람꽃, 노루귀, 복수초, 풍도대극, 개별꽃, 꿩이바람꽃, 현호색, 양지꽃… 꽃을 찾아온 사진가들 발길에 몸살이 난 풍도가 최근에는 백패킹족에 몸살이다. 그러나 풍도를 진짜 병들게 만든 것은 따로 있다. 채석장이다. 야생화가 지천이던 곳은 사라졌고 속살은 흉물스럽게 그대로 드러났고 녹슨 장비와 건물들이 방치되고 있다. 도비도항 어민들은 오늘도 풍도를 지나며 혀를 찬다.

# 장봉도
장봉의 봄은 벚꽃으로부터 온다. 옹암과 당산목을 거쳐 제비우물로 아염, 사염, 날가지도를 바라보는 갯티길은 일품이다. 윤옥골에서 태초 장봉도의 모습을 만나고 동만도와 서만도, 풀등, 습지보호지역 갯벌에 감탄한다. 그러나 그도 잠시, 가막머리를 끼고 돌면 탄식이 절로 나온다. 주민들 문제제기로 중단됐지만 깎인 장봉의 아픔은 좀처럼 아물지 않고 있다. 채석 후 복구했다지만 소나무가 뿌리내기엔 벅차다. 진촌까지 돌아오는 임도의 만발한 벚꽃으로도 장봉의 아픔이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다.

# 소연평도
얼굴바위 섬 소연평도에는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검은모래 해변이 생겼다. 자석을 가져가면 검은 모래 한 움큼이 붙어 올라온다. 쇳가루다. 소연평도가 50m는 족히 낮아졌다. 소연평도에서 캐낸 철광석은 포항으로 옮겨져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밑거름이 됐단다. 그러는 사이에 소연평도 주민들은 더 이상 굴을 쫄 수 없게 됐다. 채석으로 옥녀샘이 생겼지만 먹을 물을 걱정해야 한다.

# 석모도와 강화도
강화 외포리에서 주문도와 볼음도, 아차도를 가자면 한강, 임진강, 예성강 물이 하나된 석모수로를 지나야 한다. 석모수로가 황해를 만나면서 가장 눈에 뜨는 장면이 강화 건평리 채석장이다. 펜션단지를 만들려고 산중턱으로 계단처럼 밀어놓은 광경에 한탄하다가 석모도로 눈을 돌리지만 낙가산 자락 채석장이 또 눈에 들어온다. 강화 인화리 채석장은 몇 년째 인근 주민과 분쟁 중이다.

# 그리고 선갑도
선갑도는 인천경기만의 지주(支柱)이며 덕적군도 주민들의 혼이다. 선갑도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의 서식지이며 주상절리 등 빼어난 지질경관의 보고다. 선갑도는 한 덩어리 응회암이고 곳곳이 주상절리다. 신선의 세계라 선접(仙接)이라고 일컫는 선갑도는 자연경관이 빼어나다. 선갑도는 이미 1950년 덕적군도 학술조사대 단장 석주명 박사가 덕적군도 학술조사보고서에서 보호구 지정을 언급했다.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해양보호구역인 대이작도 풀등으로부터 7㎞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그런 선갑도에 채석단지지정 행정절차가 진행 중이다. 채석단지의 사업면적이 선갑도 전체 면적의 10%가 넘는다.

# 황해의 섬은 여전히 아름답고 우리의 등대다
우리나라 서해안의 섬은 백두대간, 비무장지대와 함께 한반도 3대 생태축이다. 수많은 섬들이 그동안 육지의 필요에 의해 많은 것을 내어주었다. 황해의 등대이자 인천경기만의 중심인 선갑도가 오롯이 아름다운 섬으로 남아있기를 소망한다. '황해의 섬이 살아있는 때, 사람들은 사방팔방 뱃길로 이어졌다.
아라비아와 류큐, 상하이와 나가사키가 황해의 섬과 하나가 됐다. 뱃길로 이어진 세계와의 교류는 황해에서 찬란히 빛났다. 문명의 지혜와 숨결이 황해를 빛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