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기소독점권을 조정하려는 경찰의 요구와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달 23일 경기남부경찰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헌법에 영장청구권을 규정한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면서 "이는 시대적 기준에도, 세계표준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를 신호탄으로 30일 경기북부경찰청에서 수사, 기소분리형 형사사법시스템 도입에 대비한 내부 혁신 대토론회를 열었다. 수사권 조정을 위한 경찰의 요구는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목소리를 높였지만 검찰의 높은 벽 앞에서 번번이 무너졌다.

그러나 경찰이 이번처럼 드러내 놓고 조직적으로 대응했던 적도 없었다. 경찰이 몇 차례의 뼈아픈 경험에도 불구하고 다시 지금이야말로 적기라고 판단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어 보인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당의 유력 후보들이 대부분 기소독점주의를 깨자는 데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최순실 사건으로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바닥을 치고 있다.

예전처럼 검찰이 경찰의 움직임을 힘으로 억압하기에도 녹녹한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니다. 경찰이 이런 정황만으로 때가 무르익었다고 본다면 매우 섣부른 판단이 아닐 수 없다. 확인하고 점검해볼만한 대목들이 많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게 국민들의 판단이다.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높다고 해서 곧바로 반사 이익이 경찰에게 돌아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오판이다. 과연 시민들이 경찰에게 거는 신뢰는 어느 정도냐 하는 것이다. 경찰도 이 같은 염려를 모르는 것 같지는 않다. 토론회에서 황운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은 "수사, 기소 분리형 사법시스템 도입이 경찰의 이권 챙기기나 경찰의 비대화로 이어지면 민심을 잃을 것"이라며 "경찰 수사시스템 개혁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다. 핵심을 잘 짚었다.

국민들이 바라는 건 검찰 몫이냐, 경찰 몫이냐를 따지는 게 아니다. 국민은 마치 행패부리 듯 떼쓰듯 국가 운영을 독점해온 기득권 세력의 횡포에 신물이 나 있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법의 이념과 철학을 실천하고 완성해갈 실력 있고 품격 있고 주체성 있는 경찰을 요구하고 기다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