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뇨법' 시행 1년여 앞으로
적법화 비용 최소 수천만원
농가 55.21% "줄폐업 위기"
상호 윈윈할 정책마련 시급
▲ 정부가 개정한 '가축분뇨법' 시행을 1년여 앞두고 무허가 및 미신고 배출시설을 갖춘 영세 축산 농가들이 시름에 빠져 있다. 30일 오전 화성시 양감면의 한 젖소농가에서 농장주가 사료를 먹이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AI(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 파동을 겪었던 경기도내 축산농가들이 이번에는 무허가 축산농가 폐쇄 법안에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30일 경기도 지자체, 지역 축산농가에 따르면 2014년 정부가 개정한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가축분뇨법)'의 시행이 1년여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비상이 걸렸다.

개정안은 무허가·미신고 배출시설을 보유한 축산 농가에 대해 사용중지 및 폐쇄명령 처분은 물론 1억원 이하의 과징금까지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가 정한 시행일자는 오는 2018년 3월25일이다.

경기지역은 전체 축산 농가 1만3296곳(1502만2822㎡) 가운데 무려 55.21%에 달하는 7341곳(731만7896㎡)이 적법화가 필요한 대상, 즉 허가받지 않은 불법 축산농가다.

▲경기지역 축산농 "이러다 문 닫아"

정부와 도내 지자체는 2018년 3월24일까지 무허가 축사 '적법화' 기간으로 정하고, 양성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시행일이 불과 1년 앞으로 다가왔으나 경기지역의 축산 농가의 적법화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3월 중순 현재 적법화가 완료된 도내 축산농가 수는 486곳(62만223㎡)으로, 적법화 대상 축산농가 대비 6.6% 수준이다.

무허가 축산농가를 법에 맞게 설비하는 과정에서 최대 수천만원대에 달하는 설계·측량비와 정화·퇴비 등 시설이 필요해 농장주들이 많게는 억대의 부담 때문에 두손 든 상태다.

소규모 축산농가는 추가시설이 들어설 부지 등으로 토지를 매입해야하는 처지다.

화성 지역에서 50여년 간 낙농업에 종사했던 A(59)씨는 "농가 주인들이 적법화 한다는 가정 하에 설계비용, 장비, 땅 매입 등 투자비용을 추산해보니 작게는 수천에서 크게 억대가 필요한 것으로 나왔다. 과거부터 쭉 문제없이 운영했던 것을 이제와 환경 운운하며 왜 이러느냐"며 "정부가 책상머리에 앉아 정책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러다 동네사람들 전부 문 닫게 생겼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관련업계는 이번 법 시행으로 축산농가의 생계수단을 잃을 판이라며 대책마련에 나섰다.

한우협회, 한돈협회, 양계협회, 양봉협회, 낙농육우협회 등으로 구성된 축산관련단체협의회(축단협)는 상황점검을 마무리 하는 대로 국회에 시행연기를 건의하는 등 대응할 계획이다.

축단협 관계자는 "수개월을 기준으로 고작 1~2% 수준의 적법화율을 보이는 상황에서 현재 정책이 문제가 없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며 "당장 시행보다 농가의 실태점검과 문제해결을 우선으로 하기 위해 갖가지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도, 지자체도 나서기 어려워

경기도와 31개 시·군은 지난해부터 '무허가 축산농가 적법화 추진반'이라는 TF팀을 일괄 구성해 축산 농가를 대상으로 교육과 협의 등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축산농가가 목장용지나 잡종지 외 논·밭에 위치해 지목변경을 하는 경우와 필지·지목이 다른 곳에 대한 건폐율 완화 등 행정절차상 모호한 경우가 많아 지자체와 농장주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축산 적법화와 관련된 환경·건축·축산 간 부서협조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농장주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때문에 무허가 축산농가가 비용부담 등의 이유로 적법화 기피하는 상황에서 성급한 추진보단 실효성 있는 정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축산농가들이 적법화에 대한 의사표현을 하지 않고 피하기만 하는 상황이여서 무허가 축산농가에 대한 실태파악이 어렵다"며 "축산농가가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호·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