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 컴퍼니 난립…'동네서점 살리기' 사업 취지 무색
오산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K씨는 "매년 지자체에서 수억원에 가까운 도서를 구매하지만 매장도 없는 일명 페이퍼 컴퍼니가 싹쓸이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며 (서점)문을 닫아야 할 실정" 이라고 토로했다.

오산시가 고현초 도서관에 책을 납품할 업체를 공개입찰했으나 실제 낙찰업체는 매장 조차 없이 상호만 있는 유령 서점인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30분쯤부터 고현초 도서관의 개관도서 구매(아동도서)를 위해 지역 서점 등을 대상으로 소액 수의계약 안내공고를 냈다.

이날 입찰은 페이퍼 컴퍼니(온라인 거래업체) H산업이 입찰액 3448만1000여원에 낙찰됐다. 3448만5000여원을 올린 동내서점 S도서를 비롯, 이하 3곳의 지역서점은 탈락했다.

그러나 탈락한 3곳만 실제 지역에서 운영중인 서점으로 확인됐다.

이는 '서적 도·소매업' 사업자면 누구나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집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도서뿐 아니라 각종 사무용품 입찰에도 참여하는 '무늬만 서점'들로 인해 동네 서점들이 설자리를 잃고 있다.

정부는 지역서점들의 존립을 위해 '동내서점 살리기' 정책을 수립하고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도서정가제는 정해진 가격에 10% 이상을 내려 판매할 수 없도록 정한 것이다.

그러나 지자체별로 추진중인 '동내서점 살리기' 사업이 '페이퍼 컴퍼니'들의 난립으로 취지가 무색해져 동네서점의 존립 조차 흔들고 있다.

경기지역 상당수 지자체는 페이퍼컴퍼니 업체의 입찰참여를 예방하는 조치로 낙찰업체에 대해 현장실사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도시'를 표방하는 오산시는 동네서점에게 우선권을 주는 조례나 제도조차 마련하지 않는 등 동네서점 살리기에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입찰에 참여한 B업체는 대표는 "입찰에 참여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 서류상 아무 문제가 없으며 도서 말고도 관련 물품을 유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산시는 조달청 나라장터에 정상적으로 등록된 업체이기 때문에 부적격 업체로 처리할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 해당 업체가 페이퍼 컴퍼니는 맞지만 조달청에 허가를 득한 정상 업체이기 때문에 이를 취소할 경우 위약금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이후부터는 정상 매장을 가지고 있는 서점만 입찰에 응시할 수 있도록 제한 입찰 방식을 적극 검토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 '폐이퍼 컴퍼니' 업체들이 공개입찰 참여자격을 제한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산=이상필·김태호 기자 thkim@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