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 소유주 시교육청 땅매각 계획 추진
미술관 "사고 싶지만 20억 필요 … 불가능"
강화군·문화계 "없애면 안돼" 안타까움
빈 초등학교를 개조해 만든 인천 강화도의 대표 문화공간인 '심은미술관'이 폐관 위기에 놓였다.

미술관 부지 소유주인 인천시교육청이 땅매각 계획을 추진하면서 미술관을 비워달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계와 시민들은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28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2000년 문을 닫은 강화군 강후초등학교 부지 1만3612㎡를 관리상의 이유로 매각할 예정이다. 강후초교는 이 학교 1회 졸업생이자 천자문 120체 720종을 완성한 서예가인 전정우 선생이 2000년부터 매년 임대료 1200만원을 내며 자신의 호를 딴 '심은미술관'으로 운영했다.

미술관은 1~3전시실과 특별전시실, 조각 작품을 전시하는 로비와 복도 등 2층 규모로 한국화부터 동양화·서양화·서예·조각 등 본인의 작품을 포함한 150여점으로 꾸며졌으며, 연간 관람객 3000여명이 찾는 지역 대표적 문화공간이다.

그런데 최근 시교육청이 오래된 폐교를 관리하기 어렵다며 매각을 결정하면서 대여기간이 끝나는 5월말까지 비워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시교육청 계획대로라면 심은미술관은 이후 감정평가를 거쳐 공개매각 입찰에 들어간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대여기간이 끝나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폐교를 매각해 활용할 방침"이라며 "강후초의 경우 지난해 6월부터 대부자 본인에게 매각 계획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심은미술관이 유지되려면 전 관장이 땅을 매입해야 하는데 수십 억 원이 들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전 관장은 "그동안 운영비로만 7억 원 가까이 썼다"며 "땅을 사고 싶지만 20억 원 이상이 필요한 상황이라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강화군청은 관리 주체가 아닌데다 예산이 부족해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여력이 된다면 지역 문화 사업으로 부지를 매입하려 했지만 예산이 부족하다"며 "미술관이 관광자원이고 관장 개인도 문화적으로 명망이 있어 (폐관이) 안타깝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지역 문화계에서도 심은미술관 폐관은 안 된다는 반응이다. 김학균 인천예술인총연합회 사무처장은 "과거부터 강화는 '뚜껑 없는 박물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문화가 발전한 곳"이라며 "심은미술관 역시 전시장으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지역 문화를 알리는 곳이었는데 이렇게 소중한 문화 공간을 없애는 행태는 옳지 않다"고 꼬집었다.

인천지역 폐교는 모두 11곳으로, 강후초를 포함해 강화군 삼산초 서검분교·양당초·마리산초·길상초 선택분교(무단점유로 소송중)·길상초 초지분교· 옹진군 내리초 등 7곳이 매각예정이며 옹진군 인천남중 북도분교, 강화군 내서초·양사초 북성분교 등 3곳은 매각 추진 중이다.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