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범 외 업무 '주 5회 이상'
갑질금지법 효력 반신반의
"노동자로 구분해 보호해야"
아파트 경비원들이 과도한 노동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되고 있다. '주민 갑(甲)질'로 인한 인격 모독 문제와 함께 환경 변화에 따라 택배 등 다양한 업무를 짊어지고도 저임금에 과노동까지 더해졌다는 지적이다.

28일 인천지역 입주자대표회의 등에 따르면 아파트마다 차이는 있지만 경비원들은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계약서를 쓴다. 계약서만 보면 경비원이란 명칭에 맞게 고유 업무는 주로 '방범'에 있다. 실제로 대부분 경비원들이 택배 관리나 분리수거, 주차, 청소 등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근로계약서인 셈이다.

인천대 김준우 경영학부 교수, 김용구 경영학부 겸임교수, 전동진 경영혁신원 책임연구원이 2015년 말 부평지역 경비원과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 등 900명을 대상으로 집필한 '아파트 경비근로자 실태와 개선방안' 논문을 보면 경비원들은 '경비'보다 부가적인 업무에 더 많이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비원 절반 이상은 '택배 관리', '분리수거', '주차관리 및 단속', '아파트 단지 안팎 청소', '민원업무(이삿짐 나르기, 우편배달)'를 주 5회 이상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택배 관리에선 주 1회가 2.3%인 것에 비해 주 5회 이상이 71.5%를 차지할 정도다.

이달 2일 '경비원 갑질 금지법'(공동주택관리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서 처우 개선에 물꼬를 트게 됐지만 정작 경비원들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주민들이 주차 등 부당한 지시나 명령 등을 할 수 없도록 법으로 금지해도 현실에선 큰 효력이 없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남동구 한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요즘 아파트 관리가 경비보다는 입주자 편의에 맞춰진 상황이라 사실상 경비원들께 경비만 맡기기엔 한계가 있다"며 "'경비원 갑질 금지법'은 인격 모독 방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24시간 맞교대에 각종 허드렛일까지 담당하는 경비원들에게 일반 노동자 지위를 줘 노동법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논문을 쓴 김용구 교수는 "세대수, 차량, 택배도 적었던 1950년대, 경비원을 감시단속근로자로 포함시킨 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경비원을 일반 노동자로 인정해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면 업무 영역, 노동시간 준수는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