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분향소 식사·청소
1일 수만송이 헌화 손질
4개월간 궂은 일 도맡아
다시 '세월호 수습' 지원
2014년 4월16일.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안산은 슬픔에 잠겼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의 대형참사 소식에 안산시새마을회 회원들은 학교로 달려갔다.

그해 4월17일부터 이들은 단원고 화장실 청소, 국화꽃 손질, 진도 밥차 운영 등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며 세월호 유가족의 곁을 묵묵히 지킨 숨은 봉사자를 자처해왔다.

28일 3년 만에 수면 위로 떠오른 세월호에서 유골이 발견되자 안산시새마을회원들은 "미수습자 수습과 진실규명"을 간절히 바라며 다시금 봉사 채비를 갖췄다.

안산의 25개동 부녀회를 대표하는 김기숙(59) 부녀회장은 "세월호 참사로 자녀를 잃은 이웃주민들 앞에서 숨소리를 내는 것조차 어려웠다"며 "부등켜 안고 함께 울어주는 것 말고는 위로 해줄 방법이 없어 회원들과 함께 조용한 봉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안산시새마을회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다음날인 4월17일부터 8월20일까지 약 4개월간 4057명의 회원들이 단원고 화장실 청소에서부터 분향소의 국화꽃 손질, 진도 및 분향소 식사 준비, 팽목항 대청소, 유가족 반찬 배달 등을 통해 슬픔에 빠진 안산을 지켜내는 일에 힘을 보탰다.

유가족과 조문객들을 위한 400~500인분의 식사를 15회 준비하고, 하루 수만 송이의 국화꽃을 손질해 분향소에 배치하는 일을 50회 진행하는 등 이웃주민들인 유가족들을 생각해 웃음 없는 침묵의 봉사를 이어갔다.

안산시새마을회 한숙희(55) 사무국장은 "매일 회원들이 솔선수범해 세월호 참사 관련 봉사활동에 매진해왔다"며 "세월호 인양 후 안산을 다시 찾는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언제든 소리없는 봉사활동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안산시새마을회원중 3명은 세월호 참사로 자녀를 잃었다. 안산시새마을회가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오랫동안 그들의 곁을 지키며 함께 울어야 했던 이유다.

김 회장은 "아이들을 실은 영구차가 화랑유원지로 들어올 때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영정사진을 볼 때마다 너무 힘들었다"며 "먹지를 못해 10㎏정도 몸무게가 빠졌었는데 실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오죽 했겠느냐"고 토로했다.

이어 "분향소의 영정사진과 유가족들의 흐느낌이 눈을 떠도 감아도 계속 보이고 들린다"며 "가슴에 넣어뒀던 세월호가 다시 떠오른 만큼 '실종자 가족이 아닌 유가족이 되고 싶다'는 미수습자 가족의 바람이 이루어지고 명명백백한 진실규명이 이루어져 상처받은 안산이 위로받길 원한다"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hjpark@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