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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춘천의 직장인 A 씨는 지난 15일 하루 연가를 내고 고등학교 학부모 총회에 다녀와야 했다.

학교 측이 당일 오후 2시에 학부모 총회를 소집해 휴가를 내고 참석했지만, 직장의 일 때문에 여간 눈치가 보이는 게 아니었다.

A 씨는 "학부모 총회를 평일에 열면 직장에 다니는 부모는 어떡하느냐"며 "참석을 하지 않거나 학교에 항의하면 아이한테 피해가 갈 것 같아 말도 꺼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학부모 총회에 참석한 일부 학부모도 마음이 편치 않다.

같은 날 학부모 총회에 참가했던 B 씨는 최근 아이가 학생회 임원을 맡는 바람에 덩달아 학교 관련 단체의 임원을 떠맡게 될까 봐 가슴을 졸여야 했다.

그는 지난해 교육 관련 행사 때마다 불려 다니며 자리를 메워야 하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올해는 맡지 못하겠다고 고사했다.

무엇보다 참석했던 모임이 대부분 틀에 박힌 행사이거나 학교 측이 사실상 결정해 놓은 것을 추인하는 역할에 불과해 다시는 맡고 싶지 않았다.

학교 측의 요청으로 바쁜 일을 제쳐 놓고 참석했던 한 행사에서는 2시간 가까이 교직원들의 연주회를 지켜봐야 했다.

B 씨는 "평일에 주로 열리는 학부모 총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학교와 관련된 정보를 알 수 없어 일을 포기하고 참석하게 된다"며 "학부모가 참가할 수 있는 시간에 총회를 여는 게 바람직하다"고 귀띔했다.

강원 일선 학교들이 학부모 총회를 평일에 개최하면서 일을 해야 하는 학부모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오래전부터 야간과 주말을 활용해 학부모 행사를 하도록 권장해왔지만, 도내에서는 여전히 평일에 학부모 총회가 열리고 있다.

학부모들은 평일에 학부모 총회를 여는 것은 행사를 주관하는 학교 측 입장만 고려한 전형적인 행정 편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현실이 이런데도 강원도교육청은 대다수 학교가 평일 저녁이나 주말을 이용해 학부모 총회를 개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주말 등을 이용해 학부모 총회를 해오고 있으므로 요즘 그런 학교는 없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