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원도심 아파트 건물 임대수요 없어 … 새로 짓기엔 예산 부담"
인천 연수구가 최근 몇 년간 문을 연 국·공립 어린이집이 모두 신도심권에 집중돼 구도심 주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반면 구는 구도심권에 국·공립 어린이집을 문을 열 땅이나 건물이 마땅치 않고, 예산 문제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27일 구를 통해 확인한 결과 연수지역 국·공립 어린이집은 2015년 13곳에서 2016년 15곳, 2017년 17곳으로 점차 늘어났다. 구는 여기에 내년 중으로 송도 아파트 단지 4곳에 어린이집을 추가로 개원할 예정이다.
2015년부터 내년까지 설립됐거나 설립 계획이 있는 어린이집은 총 8곳. 새로 문을 연 어린이집들은 모두 송도경제자유구역 내 위치한 아파트 단지에 집중돼 있다. 이에 반해 청학동·옥련동·동춘동 등 구도심권에서의 국·공립 어린이집 개원은 최근 몇 년간 없었다.

구도심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린다. 영유아 숫자에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신도심 집중 현상이 심하게 나타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기준 신도심권 송도1·2·3동 만 0~5세 영유아 숫자는 총 8713명. 구도심권 영유아 숫자는 이보다 많은 1만248명이다. 더구나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교육격차 때문에 상대적인 박탈감도 나타나고 있다.

구도심 주민 A씨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송도에 몰아주는 게 말이 되는 거냐. 낙후된 지역에 사는 아이들의 복지 혜택은 어찌 되는 거냐"라며 "정말 열악하고 절실한 곳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는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한다. 최근 기초단체들은 아파트 단지에 위치한 건물을 무상 임대받는 조건으로 어린이집을 개원해 주고 있다. 예산을 아낄 수 있어 최근 각광받는 형태다. 신도심권 아파트들은 분양 전이라 대부분 어린이집 개원이 수월한 편이다. 반면 구도심권 아파트에 위치한 공공건물들은 이미 임대를 주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올해 진행한 '2018년도 국·공립 어린이집 신청'에도 구도심권 아파트는 한 곳도 응모하지 않았다.

새로 짓기도 쉽지 않다. 구가 지난 2013년 한 어린이집을 건설할 당시 구가 쓴 땅값만 30억원에 이른다. 향후 임대료까지 계산하면 어린이집 한 곳당 수십억원에서 100억원에 이르는 돈을 써야 하는 형편이다.

구 관계자는 "구도심권 아파트들이 이미 민간 어린이집에 단지 건물들을 임대하고 있어 수요가 없었다. 새로 짓기에는 너무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라며 "2019~2020년쯤 구도심권에 있는 한 어린이집을 확장 이전할 계획을 가지곤 있다"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