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헌법재판소는 "만19세 미만 미성년자는 아직 정치적·사회적 시각을 형성하는 과정에 있거나 부모나 교사 등 보호자에게 어느 정도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 판단이나 의사표현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 고3 수험생들은 너무 바빠서 투표할 시간이 없다"며 선거권 연령 하향에 반대 결정을 내렸다. 뻔한 이야기지만, OECD 국가들 가운데 18세 선거권이 없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우리나라의 만18세 청년들은 취업할 수 있고, 자동차 면허를 딸 수 있으며, 입대해 총을 잡을 수 있고, 결혼해서 부모가 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일이 가능하지만 공화국 시민으로 살 수 없다. 헌재 결정문 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고3 수험생'을 별도로 적고 있는 것인데, 이 지점의 문제만 해도 세 가지나 된다.

첫째, 건국이념과 정신을 담고 있는 헌법이 보장한, 인간으로서의 권리와 권리 없이는 의무도 없다는 중요한 원칙을 헌재가 부정한 듯 보이는 것이다. 둘째, 18세 청년들을 모두 학생, 그것도 대학 입시를 앞둔 고교생으로 간주하고 있다. 앞의 두 가지 인식 때문에 다음 세 번째 문제가 거듭 발생한다. 고용주들로 하여금 학생은 시민이자 노동자로 보호받고 누려야 할 권리가 유보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사태로 말미암아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올해 3월 콜센터에서 근무하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이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저수지에 투신했다. 고교생의 현장실습교육은 여러 문제가 발생해 2006년에 폐지됐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산업계의 요구란 명분으로 2008년에 재개됐다. 이명박 정부는 특성화고에 대해 높은 취업률(2012년 37%, 2013년 60%) 목표를 제시하고 달성하지 못한 학교는 통폐합하겠다고 압박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고스란히 유지됐다. 그 결과 지난 2011년 영광실고 현장실습생이 기아자동차에서 장시간 야간노동에 시달리다 뇌출혈로 숨졌고, 2012년엔 순천 효산고 학생이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사망했다. 교육을 명분으로 청소년의 시민권을 유보시킨 결과가 교육을 빙자한 노동착취라면? 뭣이 더 중한가?

/황해문화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