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섭 인천남구청장
2017년 3월10일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된 날이다. 현직 대통령 파면 여부를 둘러싼 92일 간의 치열한 공방을 국민들은 일상에서, 직장에서 혹은 가족과 함께 열린 토의를 했고, 결국 헌법을 수호해야 한다는 시민의 개혁 열망이 결실로 나타났다.

안창호 헌법재판관은 이번 헌재 결정문 보충의견을 통해 "이 사건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해 파면결정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적시하면서 제왕적 대통령제가 만들어낸 비선조직 국정개입, 대통령 권한남용, 재벌기업과 정경유착 등 폐습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제까지는 중앙정부로 모든 권한이 집중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지방이 가진 권한이 미약함에 따라 국가발전과 지방자치발전 제약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과거 경제개발시대에나 작동하던 중앙집권적 관료시스템으론 더 이상 지식경제사회를 이끌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자치분권'을 제안한다. 지방정부 스스로 지역에 걸맞은 정책과 사업을 수립·결정·이행하는 자치와 지역을 잘 아는 주민이 자기책임성과 결정권으로 삶의 질을 결정하는 분권이 조화를 이룰 때 보다 나은 지역사회를 구현할 수 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어느덧 26년이 흘렀으나 여전히 '무늬만 자치' '껍데기뿐인 자치'에 머물고 있는 수준이다. 게다가 중앙정부의 기득권 지키기와 현행 헌법이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헌법 130개 조항에서 지방자치 관련 조항은 단 둘에 불과하다. 게다가 지방정부는 법령 범위내에서만 조례를 개정할 수 있도록 자치입법권을 제한하고 있고 행정권이나 재정권 관련 조항은 아예 없다. 이는 지방자치가 더 이상 진전할 수도, 사회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창출할 수도 없는 결과로 귀착된다. 따라서 지방분권 개헌에 관한 근본적이고 선언적인 의미를 헌법에 담아야만 한다.

예를 들어 헌법 1조 3항에 '대한민국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로 구성되는 지방분권국가이다'라는 조항을 명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대등한 관계로서 업무 범위가 다르다는 것을 명시해야 한다. 주민이 주체가 되는 자치분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 자치입법권 확대, 재정분권을 위한 구조 재편이 필요하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지방자치 인재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자치분권 교육이 선결돼야 한다.
최근 기초자치단체가 잇달아 자치분권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 반가운 건 그래서다. 지난해 시흥시를 시작으로 자치분권대학 캠퍼스가 개설됐고, 올해는 인천 남구를 포함해 자치분권정부협의회 회원으로 가입한 27개 지자체가 대열에 합류한다는 계획이다.

남구는 오는 8월쯤 5주 간 일정으로 교육을 열려고 한다. 지방자치 입문과정으로 마을자치와 자치분권 필요성, 지방자치에 대한 밑그림을 주민과 함께 그려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남구는 특히 2013년부터 마을 '통' 단위를 중심으로 주민 스스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통두레 운동'을 펼쳐왔다. 즉 이웃이 만나 생활속 문제를 공유하고 대안을 제시, 실행으로 옮기는 공동체 회복운동의 다름아니다.

나, 너 개별의 문제를 우리 문제로 인식하며 지역 현안을 함께 해결해나가는 변화의 중심에는 주민교육과 토론의 장이 있었다. 주민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바탕엔 교육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 한발 나가 주인으로서 지방분권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역의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실천방안으로 자치분권대학 캠퍼스를 남구에서 열려고 하는 것이다.

자치분권대학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려는 상상력과 실천력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시민, 부조리한 사회를 고치기 위한 실험에 머뭇거리지 않고 혁신하는 공동체 구현을 핵심가치로 두고 있다. 내가 사는 도시와 사회를 디자인하는 지방분권대학에 많은 이들이 함께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