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잠수선 안전한 이동경로 택해
온 국민의 세월호 인양 염원에 하늘도 답했다. 세월호가 떠오를 수 있게 나흘 간 잔잔한 바다가 유지됐고, 세월호 한(恨)을 가랑비로 씻어줬다.
 
해양수산부는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선이 동·거차도를 빙 둘러 외·내병도 북쪽을 지나 가사도와 장도 사이를 통과한다고 26일 밝혔다.
 
불도 근처에서 도선사들이 반잠수선에 올라탄다. 대형 선박이 좁은 항로를 운항하려면 법에 따라 일정 인원의 도선사가 반드시 승선해야 한다.
 
반잠수선은 평사도와 쉬미항 사이, 장산도와 임하도 사이를 차례로 통과한 후 시하도 서쪽을 지난다. 이어 외달도 동쪽과 달리도 서쪽 항로를 거쳐 달리도를 남쪽에, 율도와 장좌도를 북쪽에 각각 두고 통과하면 목포신항에 당도하게 된다.
 
반잠수선은 이 경로를 운항할 때 시속 8∼10㎞로 이동할 예정이다. 현 위치에서 목포신항까지 거리가 87㎞라는 점을 고려하면 출발 뒤 약 10∼12시간 후엔 목포신항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 관계자는 "빠르게 이동하는 것보다 무조건 안전하게 항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조류 등이 약해 가장 안전한 곳을 통과하도록 반잠수선의 이동 경로를 정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인양은 조수간만의 차가 최소화되는 소조기(22∼24일)에 진행됐다. 인양이 시작된 22일과 23일은 파고 0.5∼1m, 풍속 6∼9㎧로 양호한 기상상태를 보였고 비가 내렸지만 작업에 지장은 없었다. 세월호인양추진단과 상하이샐비지는 침몰 1075일 만인 25일 오후 9시 15분 반잠수식선에 세월호를 선적했다.
 
세월호는 순조로운 목포신항 거치작업에 이달 말 도착이 조심스럽게 검토되고 있다.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도착하면 철재부두 거치장소까지 '멀티모듈(SPMT)'이 사용된다. 선박모듈은 대형 구조물 등 고중량 물체를 운반하는 장비다. 판상형 금속판 밑에 고무바퀴가 달려 있다.
 
멀티모듈 1개는 길이 8.5m, 폭 2.45m의 금속판 밑에 지름 80㎝ 크기의 고무바퀴 24개가 장착돼 있다. 1개당 198t에서 최고 240t까지 무게를 떠받칠 수 있다.
 
세월호 무게를 최대 1만3000t으로 추정할 때 이동엔 멀티모듈이 70~80판 사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세월호가 수면 위로 인양된 데 대해 "이제부턴 미수습자 수습이 최우선 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피붙이가 그 바다 속, 그 배 안에 있음을 뻔히 알면서도 가슴 치고 발버둥 치며 통곡하는 것 외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가족들의 심정을 어찌 십분의 일, 백분의 일이나마 헤아릴 수 있겠는가"라며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세월호 인양이 눈 앞에서 실현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전율과 감탄의 시간이 지나가고 한숨과 탄식의 시간을 맞아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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