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문화체육부국장
▲ 김진국 문화체육부국장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하고 피의자로 만든 것은 '촛불', 즉 '국민의 힘'이었다. 추운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족과 주말이 있는 삶도 접은 채 시민들은 거리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렇게 넉 달 동안 무려 1600만명이 거리에서 '박근혜 탄핵'을 외쳤다. 결국 대통령은 탄핵당했다. 대한민국의 '무혈혁명'이었다. 광복 이후 70여년 만에 산업화·민주화 시대를 지나온 국민들은 이번에 '압축적 민주주의'를 실현해 냈다. '대한민국의 집단지성'은 그렇게 발현됐다.

기자로서 자화자찬 같지만 촛불집회 못지 않은 노력을 한 주체는 언론이었다. 한 방송매체의 보도로 본격 시작한 '최순실 게이트'는 이후 신문과 방송이 경쟁이라도 하듯 잇달아 특종을 터뜨리면서 대한민국의 중요 의제로 끌고 나갔다. 본보 역시 정유라 승마장 특혜 의혹을 보도하면서 특종물결에 합류했다.

언론이 이번 사태를 주도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학계에선 '정상관행의 작동'이란 말로 칭찬을 했다. 정상관행이란 언론사가 발제, 취재, 보도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언론사 간의 특종 경쟁을 통해 얻은 명성이나 평판에 주어지는 보상이라고 언론학자들은 말한다. 쉽게 말해 사회정의를 위해 언론이 해야 할 본연의 역할을 다 했다는 얘기다.

미국에서도 언론의 정상관행으로 대통령을 물러나게 한 일이 있었다. 1974년 닉슨대통령을 하야시킨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우리나라에선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보도함으로써 6·10항쟁을 촉발, '대통령직선제'와 '언론자율화'가 주 내용인 6·29선언이란 결실을 얻어내기도 했다. 때로 기자들이 '기레기'라는 비판을 듣기도 하지만 실은 언제나 사회정의 실현을 통한 '사회대통합'을 바라보는 사람들 역시 기자들인 것이다.

지역언론은 우리지역의 권익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한다. 그러면서도 범국가적 공익과 공통분모를 찾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 '인천국제공항' 명칭을 처음 '서울국제공항', '세종공항'으로 정하려 했을 때 막은 주체도 인천지역 언론이었고, 인천대교 주경간폭을 700m로 하려 했을때, 800m로 해야 한다고 의제설정한 것도 인천언론이었다. 멀게는 '굴업도'를 핵폐기장으로 조성한다고 했을 때 문제를 제기해 결국 무산시킨 것도 인천언론이었다.

그럼에도 인천언론은 언제나 어렵게 운영돼 왔다. 중앙집권적인 우리나라 정치·경제·사회·문화 구조가 지역언론시장 역시 그렇게 만든 것이다. 서울에는 몇 개의 거대신문을 허락하면서도 그 외 지역은 1개 씩의 언론사만 존치하게 한 '1도1사' 정책이 좋은 예다. 지역언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인천에 언론이 없던 1973~1987년 시기를 돌아보면 알 수 있다. 1도1사로 인천에 언론이 없던 시절, 타 지역 언론사 인천지사에서 일하던 선배 기자들은 "아무리 좋은 기사를 써보내도 인천뉴스는 단신처리되거나 실리지 않았다"고 회상한 바 있다. "인천상공회의보가 인천언론의 전부였다"고 털어놓은 선배도 있었다.

고맙게도 지역언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최근 인천시가 지역언론 육성을 위한 조례제정을 추진 중이란 소식이다. 그런데 처음 '인천시에 주된 사무소를 둔 방송, 신문 및 인터넷신문'이던 지원대상이 '인천시를 송출권역 또는 보급지역으로 하는 방송, 신문 및 인터넷 신문'으로 바뀐 모양이다. 인천이 아닌 다른 지역에 본사를 둔 언론사도 지원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인천이 아닌 타지에 본사를 두고 세금을 그 곳에서 내는 언론은 물론 인천을 시장으로 하는 모든 전국지까지 지원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애초 이 법의 취지는 '인천에 본사를 둔 우리지역의 언론'을 지원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지역의 발전과 복지를 위해 애향심을 갖고 열심히 뛰는 언론을, 어디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인천 브랜드'의 하나로 인천지역언론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당초 취지와 달리 두루뭉수리하게 조항을 변경한다면 하지 않는 것만 못 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인천·경기·서울의 모든 군소언론사가 어지럽게 난립하는 지금의 구도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팃낙한 스님은 "내가 바로 서야 남을 세울 수 있다"고 했다. 인천의 언론이 바로 서서, 시민들과 함께 좋은 우리 지역을 만들고 그 기운이 다른 지역, 나아가 온누리에 퍼질 수 있도록 인천언론부터 바로 세우는 조례가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