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렸지만 진행 순조
유가족 뜬눈으로 밤 새
"너무 오래기다렸습니다. 미수습자들을 더 빨리 볼 수 있었는데. 1000일 만에 떠오른 세월호를 보니 마음이 참 복잡합니다."

세월호가 바닷속에 가라앉은 지 1073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3년여 동안 세월호 인양만 손꼽아 기다렸던 전태호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대책위원장은 23일 뜬 눈으로 밤을 꼬박 세웠다. 그가 탄 무궁화 23호와 미수습자 가족을 태운 무궁화 2호의 시선은 모두 세월호 인양 현장으로 쏠려 있었다. 그는 세월호 참사로 아버지 고 전종현씨를 잃었다.

전 위원장은 세월호 인양이 가능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22일 새벽 급하게 경기도 김포에서 KTX를 타고 목포로 향했다. 그는 진도 팽목항 인근 서망항에서 무궁화 23호를 타고, 1마일 떨어진 해상에서 인양 작업을 지켜봤다.

"이달 21일 오후 1, 2시쯤 상황을 봐야하지만 세월호 인양 작업이 가능할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죠. 목포로 향하는 표를 끊으면서도 인양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희망을 품고 내려왔습니다. "

23일 오전 3시45분쯤 세월호 구조물 일부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전 위원장을 포함한 유가족들은 비가 내리고 바람이 거세져 혹 인양 작업이 중단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기도 했다.

"물살이 느려지는 소조기 내 인양이 무사히 끝나길 바랄 뿐입니다. 인양 작업이 완료되더라도 수색 작업이 남아있는데, 미수습자들이 하루 빨리 가족들 품으로 돌아오는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

비슷한 시각. 인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에 문을 연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은 조용한 분위기였다. 이날 찾은 추모관에는 김영주 일반인 희생자 대책위원회 부위원장과 관리 직원 2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김 부위원장은 세월호 인양 소식이 기쁘다고 전하면서도 아쉬운 마음도 내비쳤다. 침몰한지 1000일이 넘었건만 추모관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추모관은 예산 확보 문제로 지난해 4월 개관 이후 문을 열고 닫는 일을 수차례 반복해야만 했다. 올해 1월에도 한 때 추모관은 문을 닫았다. 당시 김 부위원장은 추모관 문 앞에 '정부의 무능함으로 추모관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해양수산부는 추모객 수가 적다면서 예산 집행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요.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추모관 문을 열고 닫는 것을 반복한 것은 운영비가 없었기 때문이고, 결국 이 때문에 추모객의 발길이 줄어들게 된 것 아닙니까. 단원고 희생자뿐만 아니라 일반인 희생자의 마음도 헤아려주시길 바랍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