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열리고 있는 한 사진전을 세 차례 '감상'했다. 한번 휘둘러 볼 사진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구 북성동 화교역사관에서 열리고 있는 '1960년대 仁川 삶의 흔적展'이다. 문화기획자 유지우 씨가 소장한 인천의 '희귀' 사진 20여점이 전시돼 있다. 오래전에 미국 혹은 지인을 통해 입수한 미공개 원판 사진들이다. 30분 가까이 꿈적 않고 본 사진이 있다. 현재의 중부경찰서 상공에서 중구 일대를 조감(鳥瞰)한 항공사진이다. 지금은 사라진 오례당 가옥, 무덕관, 대불호텔, 답동성당 언덕 길 등이 선명하다.

생면부지 관람객끼리 사진 앞에서 정담(때론 격론)을 나누는 모습을 보았다. 필자 또한 그 대화에 끼어들어 흔적의 퍼즐을 하나씩 맞춰 나갔다. 기억을 생생하게 하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공간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 사진들은 단지 향수만 자극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를 진(짠)하게 오늘 앞에 불러오면서 두 시간대를 충돌시킨다. 사라진 것과 남은 것이 저마다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한다.

"인천 공부를 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유지우 씨가 이 사진전 개최에 대한 의미를 간략하게 전한다. 이 참에 '야자'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후 6시 전시장 셔터를 내리고 공부하고 싶은 이들이 모여 사진 앞에서 '야간자율학습'을 하면 어떨까. 지난해 재능대 손장원 교수가 카페 팟알의 다다미방에서 환등기를 돌린 방식과 비슷하다.

지역에는 인천의 귀한 사진을 소장한 '고수'들이 있다. 옥션 등을 통해 '비법' 수집하거나 낡은 사진 한 장을 손에 쥐기 위해 기꺼이 비행기에 몸을 싣는 '축지법'을 쓰는 사람들이다. 그들 덕분에 인천 사진이 모아지고 우리는 편안하게 '사진 여행'을 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아예 '빅 텐트'를 한번 쳤으면 한다. 지역의 컬렉터들이 애지중지하는 사진을 한꺼번에 모아 전국 순회 전시회를 하면 어떨까. '인천'이란 브랜드를 알리는 데 이만한 것도 없을 듯하다.

주말에 화교역사관에 다시 가야겠다. 이번에는 어떤 사진 앞에서 망부석이 될까. '1960년대 仁川 삶의 흔적展'은 이달 31일까지다.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