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정 경기본사 사회부 차장
▲ 박현정 경기본사 사회부 차장
"모르면 알 때까지, 단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겠다." 신학기를 맞아 한 사교육기관이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광고를 했다. 내용은 이렇다.

올해 경기도내 중학교에서 자유학년제를 전면 시행 중인데 시험이 없는 1년을 사교육을 통해 점수를 높이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교육의 변화를 학부모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발 빠르게 판단해, 수능에서 1등급을 받기 위한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학부모들을 설득했다.

결국엔 입시. 교육의 목적이자 목표가 돼버린 대한민국 입시제도 속에 학생들이 목표로 삼아야 하는 것은 꿈이 아니라 오로지 진학을 위한 성적이라는 것이다. 자유학년제는 중학교 과정 1년 동안 학생들이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진로탐색 활동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제도다. 학생들이 스스로 꿈과 적성을 찾도록 고민과 자기성찰의 기회를 주자는 것이 자유학년제의 취지다. 그러나 꿈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 시간이 학생들이 대입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인터넷 맘카페에서는 대형학원에서 자유학년제 강의를 많이 해준다는 정보에서부터 맞춤형 선행학습을 통해 시작될 시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시글과 댓글이 넘쳐난다. 엄마에게 관리를 받으며 사교육에 열을 올리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 사이의 학력 격차가 확대될 것이란 학부모들의 불안은 곳곳에서 목격된다.

자유학기제를 담당하다 육아휴직 중인 용인 흥덕의 한 중학교 교사는 "자유학년제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그 필요성을 인정한다"면서 "하지만 시험이 없기 때문에 그 기간 공부할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학력 격차가 커질 것이고, 진학이 아닌 진로를 선택한다면 다행이지만 이도저도 아닌 학생들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성남 판교의 한 학부모는 "부자들이 비싼 사교육으로 무장할 시간을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며 "중학교에서부터 치열한 경쟁을 해도 대학 입시가 어려운데 벼락치기 공부를 하라는 것인지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 아닌가 생각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아무리 좋은 교육정책일지라도 취지가 활용되지 못하면 실패한 정책이 된다. 더욱이 입시에 민감한 대한민국에서 입시제도 개혁에 앞서 시행된 자유학년제는 이같은 부정적 효과에 대한 정교한 연구나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 학생과 학부모, 학교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실제적으로 학생들이 꿈을 찾고 진로탐색을 할 수 있는 교육과정으로 운영돼야 한다.

프로그램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실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지, 진로 연계는 어느 선까지 가능한지 등을 학생의 입장에서 면밀히 조사하고 파악해 실용성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진정한 꿈과 적성을 찾아갈 수 있도록 그 걸음걸음에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