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예총 사무처장·시인
중국이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이들을 환기시키고 있다. "예전 같으면 쌀 포대에 썼던 선전문구가 LED 전광판으로 옮겨갔다"라고 영국의 BBC방송이 전했다.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막일인 지난 3일 한 영국인이 청바지 차림에 음료 택배상자 같은 소품을 들고 나와 양회의 역사, 주제, 역할 등을 4분 남짓한 동영상으로 대신했다. 웅장한 멜로디나 엄숙한 설명대신 힙합 스타일의 랩을 가미해 젊은이들이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플랫폼을 이용, 정책 홍보에 나선 것이다.

젊은 누리꾼들 사이에 따라 하기 열풍을 몰고 온 이번의 선전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중국의 여유국(관광국)이 발표하며 하달된 '한국 관광상품 판매 금지령' 그리고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롯데와 한국상품 불매 운동으로 이어지는 사태가 바로 젊은이들을 이용한 포퓰리즘적인 홍보에 큰 영향이 미치고 있는 것이다. '제주 속 작은 중국'이라는 연동의 바오젠거리는 유커는 커녕 싼커의 그림자도 찾을 수 없는 지경이며 중국인 관광객과 보따리상으로 넘쳐흐르는 인천항 국제여객 출·입국장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보다 더 심각한 휴(休)상태로 '관광절벽' 현상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바다 건너 온 소문이 제발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사드 문제로 촉발된 경제보복 조치는 10단계로 지금의 수위는 4~5단계에 불과하다고 한다. 언제까지, 얼마나 더한 시련이 웅크리고 있는 것인지 암담하기만 하다.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 상무위원인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학원장은 사드보복과 관련해 "그 효과는 제한적이고 (중국에 대한) 위험도 매우 커서 신중을 요구한다"고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에 발언한 바 있다. 그는 "중국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구조"라며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는 중국 경제에도 큰 피해를 일으킨다"고 했다.

경제 문제는 경제로, 군사 문제는 군사로, 정치 문제는 정치로 대응하는 게 가장 좋다고 했으며 경제 제재는 엄격한 조건과 중국의 생사존망과 '핵심이익'을 위협당하거나 대규모 학살 등 인류도의를 위반했을 경우 등에 한해야 한다고 논평한 것이 다소 희망적이기는 하나 온라인과 모바일 등으로 조사된 결과 삼성과 롯데가 '중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브랜드 탑10'에 6위와 8위에 올라 한국기업이 좀처럼 분위기 반등을 꾀하기는 어려운 것 아닌가 생각된다.

지난해 3월 중국의 아오란그룹 임직원 5000명이 월미도에서 치맥파티를 열었고 서울의 한강에서는 중마이그룹 직원 8000명이 삼계탕을 먹었던 행사가 금년에는 본전 생각만 남게 됐다. 한해 800만명의 관광객, 중국이 아니고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숫자이긴 하지만 지자체 관광산업이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하고 있지 않나 돌아볼 일이다. '숫자' 유혹에서 벗어나 지역경제가 사는 정책의 입안이 필요한 때가 지금인 것 같다. 이제는 다변화해야 할 시기며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러시아 등에 시선을 돌려 여행객들이 다각화돼 상품의 질을 높이고 이익창출에 나서야 할 때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으로 제시되고 있다.

중국 단체관광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중국여행사를 통한 계약, 중국 항공기를 이용하는 이동, 중국인이 운영하는 식당과 사후면세점을 우선 이용하는 행태는 지역경제(상인)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결론으로 체질개선과 다변화할 수 있는 새로운 관광지표 설정이 요구되는 것이다.

3주 전인가 싶다. TV 화면에서 중국의 30대로 보이는 여자가 롯데마트에 들어가 진열된 상품 중 음료수를 따 쏟아버리고 뚜껑을 닫아 진열대에 다시 놓는가 싶더니 비스켓 봉투를 찢어 내용물을 꺼내 먹고는 다시 제자리에 놓는 영상을 보았다. 이 장면 중 비스켓 봉투를 찢어 버리거나 바닦에 버리는 것으로 끝나야 할 텐데 왜 먹었을까를 생각해보자. 어느 나라든 젊은이들은 다 입에 맞고 얼굴에 맞으면 안 바르고 먹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이제 우리상품(과자, 화장품)이 그들에게 화장발로나 입맛으로나 익숙해서 끊을 수 없다는 반증이 아닌가 한다, 버리기는 아깝고 유혹하는 입맛 때문에 마지못해 국가에서 불매하자고 하니 안할 수 없는 중국의 젊은이들의 고초가 잘 나타나 있는 장면, 그들의 고통이 어쩜 우리보다 더 클 수 있는 한한령(限韓令), 우습기 짝이 없다. 한국의 입맛에 익숙해진 그들이 이 난제를 해결할 또 하나의 희망일 수가 있지 않을까.

22일, 어제 유정복 인천시장이 '보아오포럼'에 정부 측 대표로 중국 출장길에 올랐다. 감정을 누그러트리고 불매운동(경제보복)을 잠재울 묘책, 입국의 선물이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