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수 K-water 파주수도관리단장
매년 3월22일은 UN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세계 물의 날의 목표는 먹는 물 공급과 관련된 문제들을 널리 인식하고, 수자원 공급과 먹는 물 공급의 중요성을 알리며, 정부·국제기구·비정부기구·민간부분의 협력을 증진시키는 데 있다.

우리나라는 아름다운 산과 강이 많아 오래전부터 자연을 비유적으로 금수강산(錦繡江山)이라 했으며, 이름에 걸맞게 아이들이 한참을 뛰어놀다 개울가나 수돗가에 모여 입 안 가득 개울물 또는 수돗물을 마시곤 한 시절이 있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개울물이나 수돗물 대신에 먹는 샘물 또는 정수기를 이용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수돗물을 외면하고 먹는 샘물로 대체하는 등 먹는 물 문제가 대두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우리나라에서 수돗물 음용을 꺼리는 원인과 대안을 제시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파주시는 취수원이 임진강과 한강(팔당댐) 두 곳으로 가뭄으로 임진강 수량이 부족하거나 수질이 악화될 경우에도 팔당댐 취수원을 활용해 안정적인 용수 확보가 가능하며, 또한 정수장에 고도정수처리 시설을 도입해 건강하고 깨끗한 수돗물을 시민들에게 상시 공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최고 품질의 수돗물을 생산하고 있음에도 파주 시민의 수돗물 직접음용률(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사람들의 비율)은 2014년에 1%로 미국이나 일본 등의 선진국 직접음용률 50%는 물론이고 전국 평균 5%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매우 저조한 수준이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민들이 수돗물 음용을 꺼리는 이유는 물탱크 오염, 낡은 수도관 문제, 막연한 불안감 등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불신해소를 위해 K-water에서는 파주시에 스마트워터시티(Smart Water City)를 도입해 수돗물에 대한 신뢰도 향상을 꾀했다. 스마트워터시티 사업은 취수원에서 각 가정까지 수돗물 공급 전 과정을 과학적으로 관리해 건강한 물을 공급하고, 소비자에게 수돗물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함으로써 신뢰도를 향상시키고 음용률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지난 2014년 4월 파주시 교하·적성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작, 2016년에 파주시 전 지역으로 스마트워터시티 사업을 확대해 파주시민 모두에게 건강한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

파주시의 9개 아파트 단지와 10개 초등학교를 '건강한 물 리딩 파트너'로 선정해 수질계측기, 음수대, 수질 전광판을 설치하고 실시간으로 수질정보를 제공하는 등 수돗물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에 설치된 음수대에서 초등학생들이 뛰어놀다 스스럼없이 물을 마시는 모습에서 수돗물 음용에 대한 희망이 느껴지곤 한다.

또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워터코디의 방문 수질검사와 워터닥터가 옥내 배관 진단을 해주는 토탈케어 서비스(Total Care Service)를 시행, 가정에 공급되는 수돗물의 수질정보를 바로 알게 해주고 있으며, 가정까지 일정하게 염소농도를 유지하도록 하는 재염소 설비와 수도관내 오염된 물이 유입되면 자동으로 방류시키는 자동드레인 설비를 설치해 수돗물의 상시 수질 관리체계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노력한 결과 시민들의 수돗물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돼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직접음용률이 2014년 1%에서 2016년에 36.3%까지 향상됐으며, 건강한 물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 또한 사업 전 80.7%에서 사업 후 93.8%로 상승했다. 이처럼 파주 스마트워터시티는 파주시의 아낌없는 지원,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K-water의 물 관리 기술이 어우러져 새로운 물관리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계기가 됐으며,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는 등 파주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물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이제 파주 스마트워터시티 시범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전국으로 확대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안심하고 건강한 수돗물을 믿고 마실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