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자격요건·난해한 업무 등 시민 참여 저조…경력 인정 못받기도
공공기관이 청년들에게 '경력 쌓기'를 돕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기간제인 공공일자리사업에 높은 스펙을 요구해 취업준비생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이로인해 취업예정자들이 응시를 포기해 채용정원을 채우지 못해 다시 채용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수원시에 따르면 최근 청년 취업난 해소와 전문지식을 갖춘 공공일자리 창출을 위해 올해부터 '새-일 공공일자리'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기간제 근로자로 1인 1회만 참여가능하고, 근로기간 연장 및 재참여가 불가능하다. 임금은 생활임금제 시급 7910원을 받는다.

이같은 기준을 세운 시는 지난 1월부터 전문지식을 갖췄으나 경력이 없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18개사업 부문으로 나눠 70명 채용을 목표로 채용절차를 밟고 있다. 그러나 채용개시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40명만 채용하고 채용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는 채용을 위해 27번의 채용공고를 냈으나 정원을 채우지 못해 9번을 재공고했다. 이는 낮은 시급의 기간제 근로자를 모집하면서 높은 스펙 요구하거나 단순업무로 경력쌓기에 도움이 되지 않아 취업예정자들이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달 3일 '영유아복지 서비스 돌봄도우미' 7명을 모집하면서 보육교사 자격증, 어린이집원장 자격증 및 관련 근무경력을 요구했다. 이같은 자격요건으로 단 한명도 채용하지 못해 같은달 21일 재공고를 냈다. 돌봄도우미사업은 어린이집 운영지원사업, 가정양육 지원사업, 육아지원시설 관리업무 등으로 보육교사 경력을 쌓는 것과 무관하다.

또한 시는 지난달 21일 전시실 안내 및 설명 등을 하는 '박물관 도슨트'사업에 5명의 기간제를 모집했다. 시는 응시자격요건으로 역사관련 학과 졸업생으로 한정했다. 이로인해 단한명도 채용하지 못해 지난 17일 역사관련 학과 졸업생을 우대하는 것으로 응시자격요건을 바꿔 다시 채용에 나선 상태다.

이밖에도 지난달 14일에는 주민협의업무인 '도시경관사업 현장 활동가' 2명을 모집하기 위해 채용공고를 냈다. 응시자격요건으로 우대사항으로 환경이나 도시경관 관련 교육수료후 1년간 해당분야의 경력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해 응시율이 저조했다. 결국 시는 정원을 채우지 못한채 단 1명만 채용하고, 지난 8일 재공고를 내 응시절차를 밟고 있다.

시는 지난달 9일 광고물 업무를 하는 '혁신 도시디자이너' 8명을 모집하기 위해 채용공고를 냈으나 1명 채용에 그쳤다. 혁신도시디자이너는 거창한 명칭과 달리 광고물 전수조사를 하는 단순업무에 그쳐 응시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현재 시는 채용하지 못한 7명을 다시 채용하기 위해 지난 9일 재공고를 냈다.

이밖에도 지난 2월 2일 수원시 종합자원봉사센터에서 자원봉사자모집 등의 업무를 하는 '청년자원봉사 코디네이터'의 경우 모집정원 8명을 채웠으나 한달만에 1명이 퇴직하면서 지난 20일 다시 모집에 나섰다.

공공일자리 응시를 준비했던 한 시민(30)은 "기간도 짧고 복잡한 업무도 있어 경력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공공 일자리라도 좋은일자리로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수원시의 기간제 모집을 보면 사실상 일반직 공무원이랑 하는 일도 같은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기간제 근로자를 뽑으며 만들어진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운영된다면 정규직으로 바뀔수도 있다"며 "사업별로 따로 공고를 내고,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을 뽑다보니 홍보의 부족 등의 문제로 재공고가 나가고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기간제 근무를 끝내고 일자리 연계를 위해 추천서를 발급하고 전담상담사를 지정해 민간일자리 취업을 지원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