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진흠 적십자사 파주지구협의회 회장
"죽을때까지 봉사할 수 있다면 그만한 행복이 없겠죠?"

대한적십자사 파주지구협의회 연진흠(55·사진) 회장은 요즘 눈코뜰새없이 바쁘다.

아내와 함께 운영하는 콩나물 국밥집은 그가 아침일과를 시작하는 일터이자 봉사활동을 총괄하는 지휘본부인셈이다.

파주지구협의회는 1300여명이 등록된 파주 최대의 봉사단체로 연진흠 회장은 올해부터 사령탑을 맡게됐다.
그런 그에게 요즘 들어 입술에 훈장같은게 하나 생겼다.

회장이 되면서 그동안 챙기지 못했던 지역 행사와 각종 봉사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다보니 피로가 겹쳐 입술이 부르튼 것.

연 회장이 이끄는 파주지구협의회가 주로 활동하는 봉사는 차상위계층, 반찬봉사, 목욕봉사, 화재현장지원, 구호물자전달 등 파주 곳곳에 봉사자들의 손길이 안미치는 곳이 없을 정도로 그 보폭이 넓다.

20여년의 봉사활동을 이어온 연 회장은 지난해 3000시간 봉사시간 인증을 받았지만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3000시간이란 봉사시간보다 내가 남을 위해 무엇을 보탰다는 것이 나에게는 더 큰 의미로 남는다"는 연 회장은 "처음 봉사했을때의 마음을 아직까지 변하지 않고 간직하며 현장에 임하는 것이 가장 큰 봉사의 동기"라고 말한다.

봉사를 하면서 어려운 점이 없냐는 질문에 "왜 힘들때가 없겠어요? 늘 힘들지만, 나 그리고 우리로 인해 누군가 웃음을 지을수 있고 행복해 하는 모습, 그게 봉사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희열 아닐까요?"라며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특히 97~99년까지 3년에 걸쳐 파주를 덮친 문산수해복구현장은 참혹 그 자체였으며 아비규환같은 현장에서 모든 봉사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활동하던 모습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봉사는 '마약'이라고 생각하며 봉사현장에 잘 적응하고 회원들과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내일처럼 봉사활동을 한다면 더 나은 사회기부가 될 것"이라며 봉사의 노하우도 전했다.

반면 연 회장은 요즘 고민거리가 생겼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 소외되고 외면받으면서 봉사의 손길이 절실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기존에 이어오던 봉사활동을 지속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봉사수요처를 찾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연 회장은 요즘들어 지역 곳곳을 뒤지며 음지를 밝힐 묘안을 구상중이다.

각박해져만 가는 요즘 세태에 자신보다는 남을 위해 봉사라는 나이테를 넓혀가는 연 회장의 굳은살 박힌 손을 잡으면 아직까지 사회는 따뜻하다는 것을 느낀다.

인터뷰 내내 회원들의 전화를 받던 연 회장은 화재가 발생했다는 긴급전화에 서둘러 적십자 봉사자 조끼를 챙기고 현장으로 차를 몰았다.

/파주=김은섭 기자 kime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