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제 오전 9시30분 뇌물죄 등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수 차례의 검찰과 특검 조사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그 결과 수사가 진행될수록 범죄혐의는 늘어났고 지금까지 모두 13개 혐의를 받게 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지난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직권남용·강요 혐의 등 8개 범죄사실에 박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씨와 함께 대기업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등을 강요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 박영수 특검팀은 총 5개의 범죄사실을 추가했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게 된 셈이다.

박 전 대통령 조사를 앞두고 정치권에선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21일 "국민에게 잘못을 반성하고 사과했어야 했다"라고 밝혔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는 21일 포토라인 앞에서 "송구스럽다"고 말한 것과 관련, "일반 형사범의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20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에서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의 죄는 뇌물을 강요한 죄이며 그 강요로 뇌물을 주고받은 죄이므로 결국 뇌물죄"라고 주장했다. 추 대표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의혹을 받는 대기업을 겨냥해 "연루된 대기업은 정경유착의 관행을 털고 가겠다는 태도를 보여야 하며 그것만이 국민의 재벌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인들의 비난이 아니더라도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국민과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을 당한 피의자다. 그런데도 여전히 모호한 수사학으로 국민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만약 최순실 게이트가 처음 불거졌을 때 박 전 대통령이 깨끗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하야했다면 소모적 갈등도 없고 지금과 같은 최악의 상황을 맞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에서 "송구스럽다. 성실하게 조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더 이상의 국론분열을 막고, 화 난 국민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검찰조사에 정직하고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