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술'로 승화한 영국종교의 인천사랑
▲ '대한성공회 인천내동교회'는 영국 국교인 성공회(Anglican Church)로 기독교(1885), 천주교(1889)에 이어 1890년 인천에 들어왔다. 이 곳은 종교적 전도와 함께 '성누가병원'을 함께 운영해 인천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 1991년 전경.
1890년 영국 성공회 인천 상륙
유럽 중세풍 석조교회당 신축·성누가병원 개설
1956년 지금의 '인천내동교회' 건물 건축


신포시장 공영주차장을 등지고 '내동' 방향으로 가파른 비탈길을 오른다. 봄철 미세먼지로 세상이 온통 뿌옇다. 미세먼지와 황사는 황해 너머 중국에서 온 것이다. 수년 전부터 중국발 미세먼지와 황사는 인천은 물론이고, 전국을 뒤덮곤 한다. '사드'(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를 문제 삼아 중국이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강행 중이기 때문일까. 미세먼지가 더 텁텁하게 인후를 자극한다.

고색창연한 '내동벽돌집'을 지나 언덕을 더 오르자 뾰족한 첨탑 끝에 작은 십자가가 서 있는 아담한 건물이 나타난다. 언젠가 영화 '노트르담의 곱추'에서 본 듯한 풍경. 저 종교건축물의 짙은 밤색 아치형 문을 열면 곱추 '콰지모도'가 나와 맞아서 반쯤 부은 눈으로 씨익 웃음을 날려올 것만 같다. 인천시 중구 개항로 45번길 21의 32 '대한성공회 인천내동교회' 첫 인상은 그렇게 다가왔다.

활짝 열린 문으로 들어가자 왼편 화단 위, 초록빛 풀 숲 사이로 흉상 두 개가 나란히 서 있다. 왼편은 고요한 주교, 그 옆은 랜디스 박사라 적혀 있다. 그 옆 '英國病院'이라 새긴 돌비석과 '대한성공회 인천지역 최초의 선교사 랜디스(Eli BarrLandis) 박사공적비'도 눈에 들어온다.

'2017 사순절 참회하고 회복하는 때 주님, 저희도 십자가를 집니다. 그리고 부활을 바라봅니다. 성공회 인천내동교회'. '2017 사순절 사랑나눔 헌금은 무료급식 사업에 쓰입니다! 1차 마감 4월 16일, 2차 마감 6월 4일'.

성당 곳곳에 걸린 포스터는 인천내동교회의 2017년 봄 역사를 보여준다. 영국 국교인 성공회(Anglican Church)는 기독교(1885), 천주교(1889)에 이어 인천에 1890년 들어온다. 그 해 8월 영국해군 종군신부였던 고 주교(Bishop Corfe)는 미국인 의사 랜디스(Dr. Eli Landis)와 함께 인천에 인천내동교회를 세운다. 고 주교는 중구 송학동 3가 3번지에 유럽 중세풍의 석조교회당을 신축한다. 재료는 화강암이었다. 이때 10명이 동시에 입원할 수 있는 2층 병원인 '성누가병원'도 개설한다.

한국의 풍습과 민속에도 조예가 있던 의사 랜디스는 '약대인'(藥大人)이란 칭호를 얻을 정도로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성누가병원은 1898년 4월 랜디스박사가 타계하면서 폐쇄된다. 그러나 1904년 의사 웨이어(Weir)가 원장으로 부임, 1916년까지 환자들을 받았다. 이후 1956년까지 성공회 신학원으로 운영됐다.

지금의 교회건물엔 본래 성누가병원이 있었다. 이 자리에 1955년 8월 28일 착공, 1956년 6월 23일 완공한 것이 지금의 교회 건물이다.

손장원 재능대 교수는 "인천내동교회의 건물 형태는 지붕의 목조트러스를 제외하고 외벽과 주요 부재는 화강암으로 견고하게 쌓아올린 로마네스크 양식의 석조건물"이라며 "특히 적벽돌 영롱쌓기로 쌓아올린 외벽의 입체감과 빈 부분이 그대로 내부로 투영되도록 했다. 이는 교회건축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빛에 의한 효과를 연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저서 <인천근대건축>에서 밝히고 있다.

실제 건물 양 벽은 붉은 벽돌로 쌓았는데 벽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볼 때 중간 부분은 여러 개의 십자가 문양이 빈 공간으로 수놓아져 있다. 이 곳을 통해 빛이 들어올 경우 안에서는 수십, 수백개의 '빛십자가'를 맞으며 종교의식을 치를 수 있는 것이다.

밖에서 얼핏 보기엔 아담했는데, 안으로 들어가 교회를 한 바퀴 돌고나니 생각보다 꽤 크다는 생각이 든다. 교회를 도는 동안 사제들이 있는 '사제관'과 '아름드리나무', '예수그리스도 동상'도 만났다.

회색의 화강암과 붉은 벽돌의 앙상블로 빚어진 교회는 견고하고 아름답다. 교회 건물 뒷쪽 담벼락에 바싹 마른 담쟁이 줄기들이 달라붙었다. 머잖아 저 줄기들은 연두빛 새순을 하나 둘 피워낼 것이다. 봄은 기어이 오고야 마는 것이다.

/글 김진국 기자·사진 유재형 사진가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