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태 인천보훈지청장
한미연합사령부와 합동참모본부는 한미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 연습(3월13~24일)'에 한창이다. 북한의 대외 선전 매체들은 한미연합의 군사훈련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합동군사훈련에 위협을 느껴 핵무장을 할 수밖에 없다는 식의 논리를 펴고 있다.

2010년 북한은 키리졸브 연습 마지막 날인 3월26일, 서해 백령도 남방 해상에서 천안함을 공격했고 이후로도 도발은 계속돼 왔다. 이미 지난 6일 한미연합 독수리훈련에 대한 무력시위로 동해상에 탄도미사일 4발을 쏘며 그 존재감을 드러냈듯이 이번 한미 연합훈련에 대응해 미사일 발사 또는 6차 핵실험 등 또 다른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안보위기의 상황에서 우리 국민은 무엇을 해야 할까? 북의 요구대로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해야 할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북의 체제 유지를 위한 꼼수에 넘어가 국론분열에 편승하기보다는 군사적으로는 한미연합방위태세를 굳건히 해 북의 도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하며, 우리 국민들은 이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이 국가 안보를 튼튼히 다지는 길이다.

1953년 10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이래 '한미동맹이 군사적으로나 비군사적으로 튼튼한 안보장치였음'은 결코 부인할 수 없다. 이처럼 '군사적 대비'와 더불어 '비군사적 대비'가 함께 할 때 국가 안보는 보장받게 된다.

군사적 대비가 군의 직접적인 물리적 대응능력을 말한다면 '비군사적 대비'는 군사적 대비에 상응하는 개념으로 외부 위협에 대한 정치·외교, 경제, 사회, 문화, 심리, 환경, 자원, 교육, 역사 등 모든 분야에서의 총체적인 대응능력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물리적 국방력 못지않게 사회·문화·심리적 방어력 또한 탄탄해야 하며, 이를 위해 비군사적 대비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 둘이 조화를 이룰 때 실질적인 국가 안보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이런 비군사적 대비에 얼마나 관심을 쏟고 있는가? 비군사적 대비의 대표적 기제인 나라사랑교육을 보자. 국민들의 나라사랑교육은 호국정신을 함양토록 함으로써 국가정체성을 강화하고 국민통합에 기여토록 한다. 인구가 한국의 16% 정도에 불과한 이스라엘의 경우 나라사랑교육 예산 규모(2015년도 기준)는 30억 셰켈(8977억원)에 달한 반면 2017년도 국가보훈처 나라사랑교육 예산은 50억 원에 불과하다. 이것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비군사적 대비는 매우 미미한 실정이다. 비단 나라사랑교육뿐 아니다.
'서해수호의 날'과 같은 정부기념일에 대해 우리 국민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오히려 이런 기념일에 대해 냉소적이지 않으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한일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6월29일 오전 10시, 연평도 근해 북방한계선(NLL)을 불법으로 침범한 북한 경비정이 기습 사격해 교전을 치르다 참수리357호 장병 6명이 전사한 제2연평해전. 2010년 3월26일, 백령도 남방 해상에서 북한의 기습 어뢰 공격을 받아 우리 해군의 초계함이 피격돼 침몰하면서 승조원 46명과 구조에 나섰던 한주호 준위 등 47명이 전사한 천안함 폭침. 2010년 11월23일, 북한이 정전협정 이후 처음으로 우리 영토에 직접 포격을 감행해 해병대원 2명이 전사한 연평도 포격 도발. 이와 같은 북한의 국지적 도발에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웅들을 추모하는 일은 실로 당연한 것이다. 국민 모두가 하나 된 마음으로 아파하고 진심을 다해 유족들에게 위로할 줄 알아야 하며, 이와 같은 참사가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임을 가슴속 깊이 되새겨야 한다.

매년 3월 넷째 금요일은 '서해수호의 날'이다. 이날은 북한의 서해 도발에 희생된 장병을 추모하고, 전 국민이 하나가 돼 호국정신을 다지는 법정기념일이다. 기념일을 3월 넷째 금요일로 정한 것은 서해상에서 우리 군의 희생이 가장 많았던 천안함 폭침일을 기준 삼은 것으로 지난해에 처음으로 제정됐다.
올해 '제2회 서해수호의 날 정부기념식'은 오는 24일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서해수호 3개 사건의 전사자가 합동 안장돼 있는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전사자 유가족 및 부상자, 정부 주요인사, 각계 대표, 시민 등 7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로 열린다. 이 외에도 인천시 등 지역별로 기념식, 전사자 출신학교 추모식, 안보사진전 등 다양한 계기 행사를 전국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제2회 서해수호의 날'을 계기로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북한의 도발에 희생된 장병들을 추모하고 영원히 잊지 않아야 하겠다. 또한 '국민의 비군사적 대비가 북한의 도발을 영원히 끊는 길입니다'는 이번 기념행사의 슬로건처럼 북한의 도발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굳건한 호국정신으로 우리 국민들의 갈등과 분열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국가 안보를 잃게 되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의미를 상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