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업 등 이유 안전교육 '뒷전'
소화기 사용법 몰라 무용지물
관리 감독 허술 … 인식도 부족
▲ 인천 소래포구 화재 등 잇따른 재래시장 화재 안전 사고가 도마위에 오른 가운데 20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한 재래시장 복도에 설치된 소화전이 판매 물건으로 쌓여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중소상인들의 재산피해로 이어지는 재래시장 화재가 현대화 사업 이후에도 여전히 시장 상인들의 인식 부족 등으로 화재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가 2002년부터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을 진행하면서 전통시장 내 소방설비들이 들어서는 반면, 화재발생 후 초동조치를 해야 할 시장 상인들에 대해 화재안전교육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는 지난해 도내 전통시장들에게 26회의 안전교육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또 소상공인진흥공단은 전국에 있는 모든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3년에 한 번씩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소화기사용법, 비상구탈출 등의 화재시 행동요령을 교육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상인들의 화재안전교육이 생업 등의 이유로 상인회 관계자를 위주로 진행되다보니, 몇몇 사람을 뺀 대다수의 상인들이 소방장비 사용법을 모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 A전통시장에서 바지를 팔던 80대 상인은 "점포마다 소화기를 한 대씩 나눠줘서 배치해 놓고 있다"면서도 "실제로 사용할 줄은 모른다"고 말했다.

A시장은 18명의 시장상인들로 구성된 의용소방대로 화재 초기진화를 한다고 알렸다.

A시장 상인회장은 "상인들에게 화재예방교육을 받으러 오라고 해도 잘 오지 않는다"며 "소방대원들과 상인회도 다들 생업이 있어서 일일이 찾아가 교육을 할 수도 없는 실정"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B전통시장의 상황은 조금 나았다.

B시장에서 의류를 팔던 상인은 "상인회에서 소화기를 나눠주며 말로 어떻게 하라고 알려주고 갔다"며 "소화기나 소화전 사용법은 알지만 실제로 사용해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 분산배치가 원칙인 소화기를 한곳에 모아둔 층도 있었다.

현대화 된 시설로 소화기를 찾는 건 어렵지 않지만 이를 사용하는 것이 문제였다.

배치된 소화기는 안전핀이 잘 빠진다는 이유로 안전핀과 소화기를 케이블타이를 이용해 묶어놓아 성인남성이 끊기도 어려웠다. 화재발생 후 소화기를 사용하려고 해도 안전핀을 뽑을 수 없어 칼이나 가위부터 찾아야 할 실정이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대구 서문시장 화재이후 소화장비 배치에 힘썻다"며 "시장 상인들이 요청하면 언제라도 안전교육을 시켜주지만 생업에 바쁘신 분들이라 요청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도내 216곳의 전통시장에 소화기를 배부하기 위해 3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 이상권·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