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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화재 무방비 "소래포구 보니 겁나"

문어발식 전기 코드
개수대 옆 멀티탭도
좌판 탓 무분별 증설

2017년 03월 21일 00:05 화요일
▲ 20일 소래포구 재래어시장 화재현장에서 포클레인을 이용한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소래포구 재래어시장 화재를 놓고 인천지역 전통시장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부분 전선 수십개를 한개의 콘서트에 마구잡이로 연결하는가 하면 소방차 진입마저 어려운 곳이 적지 않아 남일 같지 않은 분위기다.

20일 찾은 인천 전통시장들은 대구 서문시장, 여수수산시장에 이어 소래포구 재래어시장까지 화재가 발생하자 사실상 당혹해하고 있다. 화재 발생에 무분별하게 노출돼 있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계양구 A전통시장에서는 문어발식 전기코드 사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부분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었다. 심지어 한 채소 가게는 건물 밖에 설치한 개수대 옆에 멀티탭을 붙여 뒀다.

남구 B전통시장 천막 아래에선 검은색 절연 테이프로 감긴 전구들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이곳 상인은 "전선이 부족해 여러 개로 빼면서 연결 부분 마감을 테이프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구 위 천막엔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어 비가 새면 물과 접촉할 가능성이 컸다.

지역 전통시장에서 전기 설비의 무분별한 증설이 계속되고 있다. 주 수입원인 '좌판' 운영을 위해 가게 내부 전기를 밖으로 빼는 과정에서 전기 시설 설치와 관리가 막무가내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계속되는 전통시장 화재로 소화기나 스프링클러, 경보기 등에 대한 필요성은 높아지는 반면, 누전 등 전기 시설 관리에 대해선 안일한 실정이다. 또 화재 발생 시 소방차가 즉시 진입하기 어려워, 초등 대응은 불가능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방관은 "최근 서문시장과 여수수산시장, 소래포구에서 발생한 화재의 공통 원인으로 '누전 등 전기적 요인'이 거론되고 있다"며 "점포마다 안전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마구 설치해 사용하고, 누전차단기 등도 낡아 안팎으로 힘든 실정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진흥공단 등이 진행한 '전통시장 화재안전진단 종합결과 보고서'를 보면, 누전 등 전기로 인한 화재 예방에 필수적인 차단기 불량이 심각했다.

2015년 기준 인천지역 전통시장 22곳 차단기 2805개 중 23.1%에 이르는 648개가 불량으로 집계됐다. 이들 점포 2932곳 중 차단기가 없는 가게만도 100곳이 넘었다.

한 상인은 "평생 이렇게 장사해왔는데 대비라도 하려면 며칠 영업을 쉬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 꺼려왔다"며 "하지만 소래포구 재래어시장 화재를 보니, 덜컥 겁이나 대책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력공사 인천지역본부 관계자는 "시장 점포 내 전기 시설은 개인 소유라 제재하기 힘든 면이 있다"며 "전통시장 화재 중 절반이 누전, 접촉 불량, 과부하, 과전류 등 전기 때문이라 상인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개선 권고 무시한 남동구 책임론 대두



소래포구 화재를 둘러싸고 인천 남동구청의 책임론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제기됐다.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정유섭(부평갑) 의원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4년 소래포구 어시장 화재안전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청이 3년전 소래포구 어시장 내 전기시설 등 화재취약 시설을 개선하라고 인천 남동구에 권고했으나, 묵살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중기청은 2014년 4월 한국소방안전협회에 의뢰해 소래포구 어시장 내 소방·전기·가스 시설 등에 대한 화재안전 점검을 벌였다.

점검결과 어시장 전역에 노후전선이 직사광선에 노출된 채 난잡하게 배선돼 합선·누전이 예상돼 전기시설 개보수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닐천막 형태의 무허가 가건물로 이뤄진 점포 천정에는 불이 잘 붙는 스티로폼 등 활어회 포장재가 방치돼 화재발생 시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당시 중기청은 이런 결과를 남동구청에 통보해 전기·소방시설 등의 개선을 권고했으나, 지난 3년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남동구청은 2014년부터 화재안전 및 주차장 시설 확충 등 전통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으로 74개 시장에 213억원을 쏟아부었으나, 정작 소래포구 어시장에는 전혀 투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 의원은 "소래포구 어시장 대형화재도 행정당국과 지자체, 상인 모두의 안이함과 무책임이 빚어낸 인재였다"며 "관련 제도전반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태현 기자 choth@incheonilbo.com






경찰, 소환조사 가속 … "변압기엔 문제 없어"



인천경찰이 소래포구 재래어시장 화재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조만간 남동구와 소방 관계자를 참고인으로 불러 그동안의 화재 대비 상황을 확인할 계획이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이달 18일 발생한 소래포구 재래어시장 화재사고 수사를 위해 공공기관 관계자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 중 이라고 20일 밝혔다.

경찰은 중소기업청이 2014년 내놓은 화재안전진단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남동구는 화재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사항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남동구 관계자와 소방 관계자들이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모두 우리의 조사 계획에 들어있는 내용"이라며 "조만간 조사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경찰은 최근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들을 불러 일부 상인들이 화재원인으로 지목했던 변압기에 대해 조사했다. 하지만 변압기 용량이 충분했고, 화재 당시 전력 사용이 거의 없었던 터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폐쇄회로화면(CCTV)에서도 변압기가 화재 원인이라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한편 경찰은 18~19일 두 차례에 걸쳐 현장 감식을 벌였다. 정확한 화재원인이 나오려면 정밀감식을 거쳐 2주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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