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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잡지들<1>]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가는 '황해문화'

1993년 발간 전국적 '시사종합문화교양지'
정기구독자 4000여명 매호 5000여권 발행
美 하버드대·加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수장

2017년 03월 21일 00:05 화요일
▲ <황해문화>는 인천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손꼽히는 시사종합문화교양지로 자리매김했다. 사진은 편집회의 모습.
한때 한국사회의 나침반 역할을 했던 계간지는 점차 쇠락해 줄줄이 폐간하는 등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디지털 뉴미디어 시대가 오면서 정보의 접근성은 더 빠르고 쉬워졌지만, 긴 호흡의 무거운 텍스트로 무장한 계간지들은 디지털 세상에 맞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시사계간지는 이제 서점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도 꿋꿋이 명맥을 이으며 인천의 문화와 역사를 전달하는 지역의 잡지들을 몇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인천 시민이 중심인 새얼문화재단에서 1993년 발간한 <황해문화>는 전국적인 '시사종합문화교양지'로 불린다. 인천 지역 현안과 문화가 일부 다뤄지는 동시에 전국의 독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황해문화>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를 다루지만 결코 얕고 가볍지 않다. 주 독자층이 전문직종사자나 식자층임에 따라 '지식 담론의 공론장' 역할을 자처하며 현 시대상을 밀도 있고 다각적인 시각으로 분석하며 풍부한 정보를 제공한다. 국내·외 시사와 관련해 문제제기 할 만한 주제에 담론 차원으로 접근하는 '특집', 놓치기 쉬운 주제를 짚는 '비평', 시·소설·포토에세이 등 '문예', 문화·예술 전반에 걸친 비평을 싣는 '문화 비평' 등 다양한 성격의 글이 매 분기 발간된다.

그러면서도 창간 10·20주년 기념호에는 남녀노소, 좌우, 빈부, 도농 구분 없이 한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50명의 생생한 이야기를 실으며 다소 파격적인 시도를 해 엄청난 호응을 얻기도 했다.

그간 쌓아온 연륜을 자랑하듯 <황해문화> 정기 구독자만 4000여명에 이른다. 매호 5000여권을 발행해 전국의 대학과 공공도서관, 연구기관, 서점 등에 배포한다.

뿐만 아니라 미국 하버드대학교 옌칭연구소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 등 동아시아학을 집중 연구하는 곳 역시 <황해문화>를 연구 자료로 수장할 정도로 그 가치와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김명인 인하대 국어교육과 교수이자 문학평론가를 필두로 백원담(성공회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김진방(인하대 경상대 학장), 이광일(정치학자), 진태원(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HK교수, 철학자), 이희환(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공동대표, 시민과대안연구소 연구원), 강성현(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역사사회학자)이 편집위원회를 꾸리고 있다. 이들은 한 호가 나올 때까지 최소 10번의 편집회의를 거친다.

<황해문화>는 창간 당시 내건 '전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모토를 지향하며 지역의 눈으로 세계를 아우르고 있다.


[인터뷰 - 전성원 편집장]
"인천에 뿌리두고 있는 잡지 … 시민의 자랑"

1998년부터 '장기집권 중'이라며 웃어 보인 전성원(46) 편집장은 '<황해문화>는 단연 인천 시민의 자랑'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에 뿌리를 두고 있는 새얼문화재단의 잡지로서, 재단이 40년 역사를 이어나갈 수 있었던 데에는 인천 시민의 관심과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인천과 새얼, <황해문화>는 '뿌리 깊은 나무'같은 관계"라고 했다.

"저요? 실무 책임자이면서 4000여명의 독자를 대변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전 편집장은 늘 잡지 기획과 독자 반응을 동시에 생각한다. 아무리 참신하고 좋은 글이라도 독자들이 어려워하거나 재미없어 한다면 '말짱 도루묵'이기 때문이다. 수시로 SNS를 통해 그들의 반응을 확인하며 다음호에 피드백을 하는 것도 전 편집장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는 "독자들이 읽고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며 원고를 받고 한 호를 구성한다"며 "편집회의도 주도하기보단 의견을 조금 씩 제시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제일 기억에 남는 호요? 다음호죠(웃음)."

'나의 최고 작품은 언제나 다음(Next)'이라고 한 찰리 채플린의 말을 인용하면서 기억을 더듬던 그는 <상상의 공동체>를 통해 민족주의 연구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연 세계적인 석학 베네딕트 앤더슨과의 만남을 언급했다. 베네딕트 앤더슨은 2015년 4월 한국을 방문해 <황해문화>와 '여성 정치인'에 대해 깊게 얘기 나눈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우리와의 좌담이 선생님 생애 마지막 좌담이 될 줄 아무도 몰랐어요. 우리로서는 영광이지만 학계로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요."

내년 100호 발행을 두고 편집부는 고민이 많다. 계간지로서 '100호'는 터닝 포인트이면서 또 다른 시작이기 때문이다. 전 편집장은 '도돌이표' 기획을 계획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퇴보하는 많은 일들을 겪으며 새롭게 시작해야 하지만 잘못된 그 지점에서 시작해 오류를 반복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잡지는 현실과 떼려야 뗄 수 없기에 상황을 반영하면서도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콘텐츠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리와 균형 그리고 인천을 최우선 가치로 <황해문화>를 이끌어나가며 전국 최고의 계간지 타이틀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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