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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중심가 신포동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신포동 전경으로 특정사실과는 관계가 없다.
▲ 송유진 문화부 기자
'인천에서 이런 라인업의 공연이라니….' 얼마전 친한 대학 후배 하나가 SNS에 올린 글과 사진이 눈에 확 들어왔다. 익숙한 풍경, 신포동 '글래스톤베리'였다.

'이제 여기 클럽 없어져요'라는 아쉬움 묻은 댓글이 매달려 있었다.

2009년 10월 문을 연 이곳은 8년 뒤인 2017년 1월 마지막 공연을 했다.

이 기간 330여 팀의 밴드와 음악인이 시민들에게 감동을 선물했다.

이곳은 왜 갑자기 문을 닫았을까. 서울 일대를 휩쓴 '젠트리피케이션'의 그림자가 인천에 드리워졌던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된 지역에 외부인들이 다시 찾아와 지역이 활성화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하지만 '둥지 내몰림' 이란 의미로 더 많이 알려졌다.

신포동은 한때 '인천의 명동'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시청과 공공기관이 옮겨가며 한때 침체에 빠졌으나 개항장 일대가 활성화되면서 매년 월세가 40~50% 정도 오르는 중이다.

실제 신포 로데오 거리 입구~중구청~개항장 거리~차이나타운의 건물가격은 3년 전에 비해 1.5배 정도 인상됐다.

6년째 카페를 운영 중인 A씨는 재계약 시기가 다가올 때마다 안절부절 못한다. 매년 120만원이상 월세가 오르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신포동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B씨 역시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올해 계약 땐 보증금과 월세를 동시에 인상하는 바람에 부담은 갑절이 됐다.

옆 동네 차이나타운과 동화마을은 지역 대표 관광지로 알려져 관광객이 몰리지만 '옆 집 일'일 뿐. 덕분에 바로 옆 신포동 땅값만 더욱더 치솟는다.

2000년대 이후 서울 종로구 서촌을 비롯한 홍익대 인근, 망원동, 상수동, 경리단길, 신사동 가로수길 역시 유동인구가 늘어나면서 임대료가 뛰었다.

소규모 가게와 주민들은 결국 천정부지로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동네를 떠났고, 이곳은 대규모 상업지구가 돼버렸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이처럼 기존 지역의 문화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개성 있는 가게들을 내몰아 '상업적 획일화'를 야기하는 부정적 측면이 크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각 지역에선 대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서울 성동구는 2015년 전국 최초 임대료 인상률과 임대기간 등을 통해 기존 세입자들을 보호하는 내용의 조례를 마련했다.

지속가능발전구역을 지정해 주민들이 입주하는 업체들을 직접 관리하고 있기도 하다.

지역상권이나 공동체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판단되는 업체는 '입점 거부'를 당한다.

서울 익선동 166번지 일대의 경우, 수 십 년간 동묘와 인사동, 창덕궁, 북촌에 둘러싸여 있던 작은 한옥마을이 갤러리와 레스토랑, 향수 가게, 맥줏집, 작은 영화관 등 '핫'한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일찌감치 젊은 상인들이 걱정 없이 장사를 할 수 있도록 공동으로 한옥을 매입하는 투자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젠트리피케이션을 대비하는 것이다.

신포동에서 일어나는 '둥지 내몰림' 현상을 극복하려면 행정기관과 각계 전문가, 건물주, 상인 등 이해관계자들이 한 곳에 모여 제대로 된 진단과 예방책을 찾아야 한다.

다른 시·도 사례를 벤치마킹 하되 신포동 특유의 개항 문화를 보존할 수 있는 상생안도 함께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