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포구 어시장에 또 다시 큰 불이 났다. 한해 천만명이 찾는 인천의 대표적인 관광 어시장이어서 더 한층 마음이 무겁다. 새벽 시간대라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번 화재로 특히 영세상인들이 생계를 걸고 있는 좌판상점의 피해가 컸다고 한다. 잠정 피해액이 6억5000만원에 이른다.

문제는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비슷한 유형의 화재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곳에서는 2010년 1월, 2013년 2월에도 대형화재가 발생해 각각 좌판상점 25곳과 36곳이 불에 탔었다. 그러고는 4년여 만인 지난 18일 다시 불길에 휩싸인 것이다. 피해 규모만 다를 쁜 화재 발생 시간대나 원인이 거의 비슷하다. 관계 당국은 그간에도 일이 터질 때마다 '근본적인 대책'을 앵무새처럼 되뇌어 왔다.

차제에 이럴 때면 어김없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정치권의 겉치레 방문도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불에 타 뼈대만 남은 소래포구 어시장에도 벌써부터 정치권의 발걸음들이 분주하다. 지난 주말에만도 이미 4∼5명의 대선 주자들이 대규모 수행원·취재진을 이끌고 복구 작업에 바쁜 재해 현장을 휘젓고 갔다. 장미 대선이 코앞이니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자천타천의 후보들이 하나마나한 얘기들을 늘어놓으며 인증샷을 찍고 갈 지가 걱정이다. 물론 뜻밖의 재해를 당해 황망해 하는 상인들을 위로하려는 뜻도 있을 것이다. 정 그렇다면 일손이 좀 쉬는 시간에 조용히 혼자 찾아가 손이라도 한번 잡아 줄 일이다. 정치권의 재해현장 방문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보지 않고도 그려진다. 먼저 기자실이나 취재진들에 방문 일정이 통보된다. 안 그래도 일손이 달리는 사고대책본부에는 비상이 걸린다. 보고 자료를 만들고 경우에 따라서는 시찰 동선과 주민 섭외까지 준비해야 한다.

우리 정치권은 선거 때나 명절만 되면 전통시장으로 몰려간다. 평소에 입에도 대지않던 500원 짜리 어묵을 맛나게 먹으며 수도 없이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린다. 상인들은 "빨리 사진이나 찍고 가라"며 '전통시장 쇼쇼쇼'라고 비아냥대는지를 아는 지나 모르겠다. 그들의 서민 코스프레가 생업에 바쁜 국민들을 정치적 소품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힘든 이들을 정치적 소품으로 삼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 정치의 품질개량 첫 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