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택시·지하철 별 관심없어...인천발 항공기 30% 빈 좌석
▲ 18일 오후 중국 톈진시의 대표적 한인촌인 양광 100지역 거리 모습. 중국 내 반한 감정이 고조되고 있지만 이곳은 비교적 평온한 분위기다.
18일 오후 2시 중국 톈진시(天津)의 대표적 한인마을인 양광 100지역. 한국 유학생을 비롯해 톈진에 거주 중인 한국인 상당수가 이 곳 아파트에 밀집해 거주하고 있다.

중국인들의 반한 감정이 고조되고 있지만 이곳은 아직 평화로운 분위기다. 아파트 입구에 늘어선 한인식당과 관련 상가들에서 들려오는 '한국어'는 새삼 안도감마저 준다. 삼삼오오 한인 아이들이 아파트 외곽의 천변 광장에서 뛰놀고 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중국인들의 한인 괴롭힘 사연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다행히 이 곳은 한인 밀집지역이라 중국인들의 반한 물결을 실감하기는 힘듭니다."

'다행'이라는 단어에서 중국 거주 한국인들의 위태로운 상황이 엿보인다.

유학생 A(22) 씨는 "학교에서도 중국인 동료 학생들로부터 반한 기운은 피부로 느끼지 못합니다. 소문으로 반한 소식을 들으면 사실 불안하고 톈진 거리를 다니기 꺼려집니다"라고 말했다.톈진 소재 한국 사업체들은 애써 태연한 모습이다. 소상공인(보따리상)들로부터 상당량 중국에 전해지는 화장품류는 통관이 막힌 상태다.

중국세관의 '준법'을 앞세운 감시 활동은 심해졌다. 톈진항을 통해 한국에서 들어오는 컨테이너는 세관 절차가 까다로워진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전언이다.

한 중소기업의 한국법인 B 지사장은 "현대와 삼성 등 중국과 활발한 사업을 펼치는 곳에서도 사업 타격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며 "톈진에서 가장 큰 롯데백화점은 아직 문제가 없지만 중국 손님이 다소 줄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을 기점으로 '한국 단체관광 금지' 조처를 내렸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중국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와 중국인들의 반한 감정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중국은 한국 관광상품 판매 전면중단 7대 지침을 내렸다. 한국 관광상품 판매 금지, 크루즈 한국 경유 금지 등이다.

실제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톈진 빈하이국제공항에 도착한 한국 국적기는 평소 중국 관광객들로 꽉 찼지만 30% 이상 빈 좌석으로 왔다. 단체관광객은 없고 산커(散客·개별손님)만 눈에 띄었다. 이마저도 "곧 줄지 않겠어요"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하지만 톈진시내 거리에서 만난 중국인들에게서 반한 감정을 느낄 순 없었다. 택시와 지하철에서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B 지사장은 "중국 정부가 자국 관광 보호를 위해 늘어나는 한국행 단체관광객에 대한 조치가 언젠가는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번이 그런 것 같다"며 "빨리 한·중 간 외교 정상화가 이뤄져 두 나라가 상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톈진(중국)=글·사진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