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예술 치우침 지양 … 인천 역사·특색 담아야
▲ 문화역서울 284로 변신한 옛 서울역사 내부 전시 모습.

시립미술관·박물관·문화시설 등 들어서는 복합문화공간
시민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동선·공간 조성 필요
항만·공항서 30분이면 도착 … '인천 관광 큰 전환점' 예고


미술관은 도서관, 박물관과 함께 한 도시의 문화적 역량을 대표하는 문화시설이다. 문화인프라 구축이 미래세대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라고 한다. 인천시가 올해부터 '인천뮤지엄파크' 조성사업에 본격 돌입한다. '시립미술관도 없는 도시'라는 구겨진 시민의 자존심을 세우고, 지역내 문화예술인의 숙원 해결에 나선 것이다. 늦은 것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거기서 거기인 별반 차이없는 다른 시립미술관과는 달리, 현대의 흐름에 걸맞는 특성화된 미술관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뮤지엄파크(Incheon Museum Park)'는 남구 도시개발사업 구역 내 5만809㎡ 부지에 시립미술관·박물관, 문화시설 등이 들어서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시는 2022년까지 사업비 2853여억원을 투입한다. 명품 뮤지엄을 만들려면, 주도면밀한 전략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왜 뮤지엄파크이며, 어떤 뮤지엄을 만들 것인지 등을 알아본다.

▲뮤지엄파크가 필요한 이유는
인천은 근대문화의 산실로서 많은 예술인들이 태어났다.
조선말기 어진화가로서 당대 최고의 대가로 추앙 받던 이당 김은호와 한국 고고학의 개척자이며 미술사 연구의 선각자인 우현 고유섭은 인천이 배출한 걸출한 미술인이다. 여기에 서예가 동정 박세림, 검여 유희강도 인천출신이다.
미술관은 단지 미술품 전시시설, 그 이상의 기능을 한다. '억지로 머문 공짜 미술관, 1시간 교실수업보다 훨씬 많은 성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종우 인천시 문화예술과 뮤지엄파크 팀장은 "인천시립미술관의 성격은 공립미술관으로서 특정 예술부문으로 치우치기 보다는 종합적 성격을 갖되, 인천 예술의 역사·생태적 특색을 담아낼 수 있는 성격으로 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르간의 융합, 디지털미디어와 시각이미지 분야로까지 영역을 넓혀볼 수도 있겠다. 구체적인 성격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것이다"며 "접근성 문제 등으로 이전이 요구된 시립박물관과 문화산업시설도 함께 들어간 만큼 이들 시설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최병국 인천문화재단 아트플랫폼 관장은 "미술관은 공공적 시설로 시민들에게 고급문화 향수의 기회를 제공해 인간의 기본적인 자기존중과 예술의 가치에 대한 인정으로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일 것"이라며 "뮤지엄 파크는 인천의 얼굴이며, 상징으로 떠올라 그동안 '인천'하면 떠오르는 부정적 측면을 상쇄해 이미지 개선에 일익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열 인천시립박물관 전시교육부장은 "인천광역시립박물관은 '대한미국 최초의 공립박물관'으로, 현 부지(연수구 청량로160번길 26)는 전시공간뿐만 아니라 수장고 등의 공간적인 제약이 크다"며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접근하기가 불편해 오래 전부터 이전을 검토했는데, 뮤지엄파크 조성으로 이전이 가시화됐다"면서 지역성을 갖춘 새로운 도시박물관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어떤 미술관이어야 하나
인천시가 시립미술관 건립 및 타당성 연구용역을 위한 전문가 인터뷰를 한 결과, '늦은 만큼 급하게 서두르지 말라', '인천의 정체성이 담겨야 한다', 특정한 미술 컬렉션으로 지우치는 것을 지양하라'는 등의 주문이 있었다고 했다.
김재열 인천예총 회장은 "폐허가 된 섬마을을 '예술의 섬'으로 살려낸 일본 나오시마처럼 미술관은 그 지역에 생명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해외 개방공모를 통해 랜드마크가 될만한 미술관을 건립해야 한다. 작품 컬렉션이 중요하다. 지금부터 수집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상원 인하대 교수는 "중국 북경의 789거리, 영국의 발틱 현대미술센터,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반드시 참고해 볼만한 사례"라며 "미술관을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동선 및 복합공간 조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종구 중앙대 교수는 "미술관의 성격에 따라 명칭, 건축, 소장품 등 실제 미술관의 정세성이 만들어진다"며 "다른 지역미술관과는 다른 개념을 가진, 인천에만 있는 미술관을 만들자"고 했다.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는 "유럽의 유명한 미술품을 소장한 미술관이 아닌 살아있는 미술관, 지역사회와 호흡하는 미술관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화공간의 관광자원화
해외 여행에서 가장 먼저 들리는 곳이 박물관과 미술관이다. 박물관과 미술관은 방문하는 지역의 정체성과 개관을 이해하기 적합하기 때문이다. 인천뮤지엄파크는 항만과 공항에서 30분이면 도달할 수 있는 우수한 교통여건을 갖고 있다.
김상열 인천시립박물관 전시교육부장은 "연간 742만명에 달하는 인천국제공항 환승객과 항만 고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뮤지엄 파크 내에 있는 극동방송국 숙소를 활용한 게스트하우스 등이 조성되면 관광객에게 숙박 제공 등 인천 관광의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동화 기자 itimes2@incheonilbo.com



[산업시설을 문화시설로 활용한 국내·외 사례]
파리 오르세 미술관·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문화역서울 284·문경 석탄박물관

인천뮤지엄파크 부지는 OCI(동양제철화학) 공장이 있던 곳을 문화시설로 탈바꿈시킨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현재 활용 대상건물은 DCRE(동양화학부동산개발회사)의 본관(지하 1층, 지상 4층)과 옛 극동방송국 건물, 선교사 사택 8동이다.
산업유산을 문화시설로 바꾼 해외사례로는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과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을 꼽을 수 있다.
오르세 미술관은 1939년 이후 방치한 오르세역을 문화시설로 리모델링해 19세기 인상주의 등의 근대미술을 전시하는 국립미술관으로 1986년 개관했다.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1981년 폐업한 템즈강 남단의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를 리모델링, 20세기 이후 현대미술을 전시하는 국립미술관으로 2000년 개관했다. 특히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기존의 미술관 같은 엄숙하고 귀족적인 교과서적인 분위기를 탈피했다. 또 테이트 모던은 연대순 전시에서 벗어나 현대 미술을 관통하는 주제에 맞춰 소장품들을 전시해 역동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 결과 매년 500만 명이 찾아오고 있다.
'가장 아름다운 조형물'이라는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1997년 개관한 이후 연일 성시를 이루고 있다. 낙후된 산업도시, 빌바오에 1억 달러를 들여 거둔 성과다.
국내 사례로는 옛 서울역사를 리모델링한 문화역서울 284와 광업소 시설을 리모델링한 문경 석탄박물관 등이 있다.

/이동화 기자 itimes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