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사회부 기자
▲ 박진영 사회부 기자

18일 새벽 소래포구 좌판 한 가운데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오전 1시30분쯤부터 4시까지 타오른 불은 좌판 220여개와 점포 20여 곳을 모조리 태웠다. 시장 상인들의 손때가 묻어있던 칼과 도마, 수족관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광어 따위의 횟감들이 불길에 삼켜졌다. 주저앉은 상인들은 목 놓아 울었다. 지역 대표 관광지이자 이런저런 추억이 담긴 장소가 불탔다는 사실만으로도 인천 사람들은 안타까워했을 것이다.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는 언젠가 다시 살아난다. 지난 2008년 불탔다가 복구된 숭례문이 그랬고, 사찰 전체가 잿더미로 변했다가 재건된 강화도 전등사가 그랬다. 소래포구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혀있는 우리사회의 규칙과 소래포구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그리 간단하게 풀리진 않을 듯싶다. 소래포구 좌판들은 1970년대 어시장이 들어선 이후 지금까지 '합법의 틀'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소래포구 좌판들은 철골과 비닐천막으로 이뤄진 무허가 가건물이다. 상인들은 별도의 건축허가 없이 정부 땅을 빌린 뒤 천막을 세워 영업하는 방식을 오랜 시간 고수했다. 제대로 된 건물이 아니다보니 보험사들은 화재보험 가입을 거절하기 일쑤였다. 스프링클러와 같은 소방 설비는 설치하기도 어려웠다. 과거 화재가 발생했을 때 상인회가 복구비용을 부담하는 형태로 매듭지어진 까닭도 이 때문이다.

그간 인천지역 사회에서는 소래포구를 합법화 하자는 주장이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소래포구에 얽힌 이런저런 이해관계가 일을 그르치곤 했다. 땅은 정부 소유인데, 시장 현장에서는 일부 상인이 소유권을 행사하며 전대를 주는 일도 있었다. 이 때문에 상인들 사이에 갈등이 이어지기도 했다.

소래포구 화재 기사에 달린 인터넷 댓글들은 상인들을 탓하고 있었다. 힘겨운 이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댓글이 얄미울 뿐이다. 그러나 무허가 건축물을 세워 영업했다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는다. 이제 현대화를 통해 떳떳한 어시장으로 거듭나야 한다. 또 천막을 세운다면 차가운 시선과 아픔이 반복될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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