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SBS골프채널·MBC-ESPN 골프해설위원
▲ 조진현 前 SBS골프채널·MBC-ESPN 골프해설위원
홀인원은 티샷 한 볼이 바로 홀로 들어가 스코어 1을 기록한 경우를 가리킨다. 제1타가 OB여서 다시 때린 티 샷은 홀로 들어가도 홀인원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미국에서는 홀인원을 에이스라고도 한다. 스코어 상으로 파3는 이글, 파4에서는 앨버트로스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홀인원의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이를 골프다이제스트에서 수학자 프랜시스 실드 박사에게 의뢰해 확률을 구해 봤다고 한다.

일반 골퍼는 1만2천분의 1이다. 1만2000번 샷을 하면 한번 정도 들어간다는 것인데. 라운드당 파3가 4개 있다고 가정하면 3000라운드를 해야 한번 정도 할 수 있다는 수치다. 한국과 같은 주말골퍼 수준으로 계산을 해보면 1년이 52주이고 이를 계산해 보면 57년 동안 매주 1번 라운드를 해야 한번 가능하다는 수치니 참으로 참담하다. 상대적으로 투어프로는 정확도가 높기에 일반 골퍼보다 4분의 1로 확률이 낮아진다.

아마추어골퍼도 당연히 거리가 늘어나면 이에 따른 확률은 급격히 떨어지게 돼 200야드에서 홀인원 할 확률은 15만번에 한번으로 계산이 된다. 어떠한 로직(logic)으로 계산이 됐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숫자로 충분히 홀인원이 달성하기 어려운 것이란 걸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니 홀인원을 하게 되면 정말로 기적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겠다. 한국에서 홀인원을 하면 집안이 거덜난다는 말도 있지만, 그만큼 어렵고 진귀한 경험을 한 값어치를 치르는 것으로 봐야겠다.

작년 초 미국 LPGA 바하마스 클래식 경기에서 파4 홀인원을 기록한 장하나 선수의 기록은 역사상 최초의 LPGA 파4 홀인원으로 기록됐다. 파4에서의 홀인원 확률은 585만분의 1이라 한다. 아마추어의 경우, 어쩌면 샷이 도달하지 못할 거리라면 확률은 제로라 해도 무방할 듯하다. 대단한 기록이다. 그래도 확률은 확률이니 도전해 볼 가치는 있다.

작년 5월20일 스카이72에서 개최된 제20회 SK텔레컴오픈에서 군 복무 중인 허인회 프로가 대회 2라운드에서 캐디가 급한 사정이 생겨 혼자 백을 메고 경기를 하던 도중 8번홀 191야드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캐디의 갑작스런 부재로 난감해진 그는 백 무게를 고려해 클럽 8개만 챙겨 경기하던 도중 해당 홀에서 6번 아이언으로 쳐야 하는데 클럽을 가져 오지 못한 바람에 5번 아이언으로 컨트롤 샷 하자 마음먹고 편하게 친 것이 그냥 홀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만약 캐디가 있었다면 허용된 클럽 14개 모두를 가지고 경기에 임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과연 홀인원이 됐을까? 공도 3개만 가지고 경기했던 그가 13번 홀 해저드에서 볼을 빠뜨렸을 때 그 당혹감이란 어떠했을까? 그날 그는 혼자의 힘으로 보기 1개, 버디 5개, 홀인원(이글) 1개로 5언더파 67타를 기록했다. 대단한 군인 정신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작년 9월7일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전역했다. 그의 2017년 활약을 기대해 보자. 그것도 제대로 된 캐디와 함께. 그는 2011년 제30회 GS칼텍스 매경오픈 2라운드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적이 있다. 홀인원 통산 2번째다. 필자도 골프를 시작하고 12년 만에 처음 홀인원을 기록했다. 당시 미국에서 귀국해 골프해설을 할 당시인데 친구들과 동반라운드 하던 도중 사고를 친 셈이다. 동반자 중 사업을 하던 동갑내기 친구에게 그 채를 통째로 뺏기고 말았다. 친구는 사업하는 사람은 동반자가 홀인원 하는 장면을 보기만 해도 십년 재수가 좋다며 내게 그 채 값을 두둑이 지불하기도 했다.

사실 나는 그 당시 골프 클럽을 맞춤 제작을 하는 일도 하던 터라 새로운 아이언 헤드 모델이 들어와 테스트겸 조립하고 처음으로 나선 라운드에서 일을 저지르게 된 셈이었다. 그렇게 보면 해당 골프 클럽이 없어도 자기 손에 잘 익지 않은 클럽이라도 그 어려운 홀인원은 어느 순간에 나올 수 있다. 마치 홀인원은 마치 하늘이 점지해주는 것 같다.

홀인원이란 칵테일도 있다. 골프 용어가 칵테일명이 된 것이다.이 칵테일은 드라이 맨해튼 칵테일의 변형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아페리티프 칵테일로도 통한다. 골퍼라면 한번쯤 마셔보고 싶은 칵테일일 것이다. (제조방법) 재료 위스키 2/3 드라이 베르무트 1/3 레몬주스 2dashes 오렌지주스 1dash, 1. 위스키, 드라이, 베르무트, 레몬주스, 오렌지주스를 셰이커에 넣어서 흔든다. 2. 칵테일 잔에 붓는다.
홀인원 노래도 있다. 가수 김홍조가 부른 경쾌한 트로트로 함축적인 인생을 노래하고 있다. 독자 여러분, 금년에는 골프에도 인생에도 모두 홀인원하시기 바란다.

# [본 칼럼은 마인더스가 협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