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위장(胃腸) 활동에 큰 문제가 생기곤 한다. 큼직한 일정은 물론이고 그간의 정치·사회·인간 문제로 신경이 예민해지면 어김없이 그렇다. 의사, 약사와 상담을 할 때마다 듣는 소리는 비슷하다. 위장에 균이 있는데 이 균의 증식이 과하거나 덜하게 돼 균들끼리의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위장 장애가 쉽게 생긴다고 한다. 위장의 균들의 조화를 위해서 최근에는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제를 먹기 시작했다. 식품으로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으나 그럴 물리적 시간도 심리적 여유도 없으니, 이렇게라도 '인스턴트 건강'을 챙겨보겠다는 거다.

'인스턴트 건강'이라도 챙기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물론 있다. 우선 생활을 위한 노동은 지속돼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으로 하여금 생활의 질 또한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때는 건강이 없으면 최소한의 노동도 할 수가 없고…. 애매한 건강이 노동의 질을 떨어뜨리는지, 노동이 건강의 질을 떨어뜨리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만다. 이런 고민이라도 할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서 '인스턴트 건강'은 필요하다.

또 하나, 인스턴트로 유지되는 건강일지라도 악착같이 챙겨서 꼭 좋은 꼴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심판만 해도 그렇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단연코 개인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장의 균도 조화를 이뤄야 탈이 안 난다는데 조화는커녕 국정 농단에, 국민의 삶의 질을 마구 떨어뜨리는 정책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개인의 건강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겠는가?

사회 구조가 잘못 되면 그 안에서 벌어지는 악습은 기업으로 스며들고 노동하는 개인에게 스며든다. 악습에 젖든 젖지 않든 개인의 (정신)건강이 좋아질 리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은 시간도 여유도 없어서 '인스턴트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도 좀 더 나은 사회의 꼴을 갖춰가기 위해 이렇게들 부단히 살고 있으니 언젠가는 '인스턴트 건강' 말고 그냥 '건강'해지는 날도 오지 않을까 생각하며 프로바이오틱스를 삼킨다. #인스턴트 #건강 #탄핵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