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지난해 7월28일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한 합헌결정에 이어 지난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선고를 내렸다. 헌재는 특히 이번에 대통령 탄핵 판결에서 8명 재판관 전원이 파면결정을 내림으로써 대한민국의 미래에 '서광'을 비췄다. 특히 가장 보수 인사로 알려진 안창호 재판관조차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해 파면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발언함으로써 정치성향을 버리고 오직 국가의 장래만 생각하는 헌법재판관들의 합치된 생각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13일 헌재 청사 1층 대강당에서 진행된 퇴임식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선고를 두고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헌재는 이번 결정을 하면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하면서 헌법의 정신을 구현해 내기 위해 온 힘을 다 했다"는 소회를 밝혔다. 헌재의 탄핵 결정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내려진 판결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 권한대행은 "비록 오늘은 이 진통의 아픔이 클지라도 우리는 헌법과 법치를 통해 더 성숙한 민주국가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중국 고전 '한비자' 중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는 뜻의 '법지위도전고이장리(法之爲道前苦而長利)'라는 소절을 인용하며 법치주의 실현을 강조했다.

앞서 헌재는 지난해 7월28일 김영란법에 대한 합헌결정을 내려 9월28일부터 시행돼 오는 중이다.
이 같은 헌재의 잇단 판결을 두고 세간에서는 '민주주의의 압축성장'이란 말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여건상 아직은 쉽지 않은 판결을 정의와 진실에 입각해 내림으로써 '살고 싶은 나라,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헌재의 잇단 판결은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다'는 방증이다. 이 권한대행의 "이제는 분열과 반목을 떨쳐내고 사랑과 포용으로 서로를 껴안고 화합하고 상생하길 간절히 바란다"는 퇴임사의 당부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깊이 새겨들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