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경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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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해불양수(海不讓水)'란 고사성어를 많이 접한다. 바다는 어떠한 물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여 거대한 대양을 이룬다는 뜻이다. 모든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포용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상대를 이해하고 보듬는 넓은 해량을 갖고 사는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남이 안 돼야 내가 잘 된다는 아주 이기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정치인도 그렇고, 기업인도 그렇고, 직장인도 그렇고, 자라나는 아이들도 그렇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 돼야 하는데, 가슴이 아프다.

내가 살아왔던 지난날을 되새겨 본다. 나는 지금까지 어떠했는지…. 혹여 나도 이기적인 생각을 갖고 살았는지. 내 자신에 대해 변화를 주려고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되돌아본다.

변화란, 행동의 변화, 물질의 변화, 생각의 변화 등 수 많은 변화가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변화는 '생각'이다. 국어사전을 보면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작용'이라 돼 있다. 그렇다. 생각은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다. 야구의 게임을 보자. 누구나 다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율이라 생각한다. 타율은 타자의 타격정확도를 가늠하는 척도로 타율이 높을수록 강타자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타율만 좋다고 점수를 얻는 것은 아니다. 출루율도 높아야 한다. 다시 말해 타율도 중요하지만 투수가 던진 볼을 잘 골라 포볼(four-ball)로 진루를 많이 해야 점수를 획득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감독들은 게임에 출전할 선수를 선발할 때 우선적으로 보는 것이 타율이 높은 선수일 것이다. 타율만 높다고 해서 점수를 얻는 것이 아니고 출루율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감독은 타율이 높은 선수와 출루율이 높은 선수를 잘 안배해 타선을 정해야 승률을 높일 수 높다. 이것이 바로 생각의 변화다.

사랑의 위대함에는 그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 위대한 사랑도 변한다. 남녀 간의 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인간이 사랑을 배우는 가장 첫 만남인 가족을 이루는 뿌리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어린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존재조차 모르다 생면부지 이성을 첫 만나 생애 가장 소중한 존재로 바꿔주는 강력한 힘을 가진 마법이다. 그런데 일단 결혼을 하고 시간이 지나면 사랑은 가족이란 둘레에 묻혀 그냥 소중한 이성이 되고 만다. 아쉽게도 가족은 '유지'라는 커다란 원형의 쳇바퀴로 무심하게 돌아간다.
우리는 무언가를 잃었을 때야 비로소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 그 존재가 가족인 경우는 깨달음이 아니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깊은 슬픔과 크나큰 고통이 된다. 인간이 얼마나 무지하고 나약한 존재인가를 비로소 느끼게 된다.

이같이 나약한 존재인 우리는 서로 깨끗한 척하면서 상대방을 몰아내고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에 여념이 없을 정도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탄핵도 그렇다. 진보와 보수로 나뉜 정치권이 아전인수 격으로 자기 유리한대로 판단해 밀어붙이는 식의 정치가 이 나라를 혼란에 빠트렸다. 촛불과 태극기의 극명한 대립은 우리나라의 신뢰를 떨어뜨렸고 서민 경제를 바닥으로 내밀었다. 상처투성이다.

국론 분열로 내몰았던 탄핵을 헌재는 지난 10일 인용했다. 우리나라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이 인용돼 현직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파면되는 역사에 기록될 사건이 벌어졌다.
탄핵은 끝났다. 이제는 분열된 국론을 모아야 할 때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미국의 금리인상 등 대한민국은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는 현재 광장정치에만 편승하는 지도자의 잘못된 선택은 국민을 망하게 할 수 있다.

탄핵이 인용된 만큼 정치권은 물론 지도자들은 헌재의 심판결과에 승복하고 국민통합에 나서야 한다. 모든 국민들도 대한민국을 한걸음 더 전진시키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여야는 대선체재로 돌입했다. 당별로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에 들어간다. 탄핵이 인용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대선을 실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탄핵 인용을 계기로 우리는 변화해야 한다. 특히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아주 이기적인 생각을….

국민들은 보수와 진보, 여와 야를 떠나 모두를 아우르는 능력을 갖춘 지도자를 원한다. 간절히 기대해 본다. 지혜를 모아 모든 것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정치인, 진정한 변화를 통해 분열된 국론을 모을 수 있는 지도자가 나타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