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암에 걸린 주인공이 마약을 제조하는 '미국 드라마'를 본 뒤 이를 따라한 혐의로 30대 남성이 기소됐다. 이 남성은 필로폰 전 단계의 화학물질을 만드는 데 까지 성공했을 뿐, 이를 진짜 마약으로 오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지방검찰청 강력부(박상진 부장검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및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A씨를 구속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서 감기약과 화공약품으로 필로폰을 만들려고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이를 팔기 위해 2억5000여만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으나, 필로폰 전 단계인 '슈도에페드린(Pseudoephedrine)'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3g, 10g씩 만드는 데 그쳤다. A씨는 이 물질을 필로폰으로 오인하고 거래를 시도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범행의 기초를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에서 배웠다. 2008년부터 미국에서 인기리 방영된 이 드라마는 말기 암 환자인 화학교사가 큰돈을 벌기 위해 마약을 제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약 제조 방법은 인터넷을 통해 입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검찰 관계자는 "실제로 거래가 성사되진 않았다"라며 "마약 제조 미수와 마약이라 오인하고 거래한 경우도 현행법으로 처벌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