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행복의 종착역이 아니다. 농담처럼 이야기되는 말이지만 나는 농담을 하는 게 아니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포섭된다고 해서 행복이 배가(倍加)되거나 행복의 끝을 맛보는 것이 아닌데도 '결혼'은 반드시 수행해야만 하는 '의무'로서 강권되고 있다.

같이 살고 싶은 사람을 만났다는 전제 하에, 나는 딱히 비혼주의도 아니건만 결혼을 떠올리면 아득해지고 싫은 기분이 든다. '결혼'의 본래 뜻이 결혼을 하는 당사자들은 그렇게까지 원하지도 않지만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서 예식을 준비하고, 식장에서 얼굴도 잘 모르는 친척들을 잔뜩 불러서 같이 살게 될 사람을 예식 전후로 후루룩 소개하는 것은 물론 아니었을 것이다. 게다가 집안끼리의 결합 또한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많은 사람, 특히 결혼 당사자를 둘러싼 가족들은 '결혼'과 '가족'을 구분하지 않는다. '결혼=가족'의 등식은 실은 성립될 수가 없다. 결혼은 한 개인이 다른 개인의 '가족'에 흡수되는 형식적 절차가 아니다. 결혼은 같이 살게 될 두 사람의 안위가 가장 우선으로 고려되는 2인 공동체가 형성되는 것이고 이건 기존의 '가족(같은 분위기)'와는 다르며, 달라야만 한다. 결혼은 가족이기에 앞서 생활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장기적으로 마음을 나눌 동거인을 맞이하는 '그들'의 행사라는 것이 본질이며, '가족'을 형성할 것이냐 마느냐는 부차적이고 선택적인 문제다.

마음 맞는 사람 한 명 찾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어째서 잘 해주려고 애써야하는지. 단지 배우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감정·육체노동을 강요받는 것은 부당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타인의 가족은 내게 요구한다. 결혼을 하고 나면 각종 집안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해야 하며 명절에도 꼭 봐야하고 평소에 연락도 꼬박꼬박 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가족'이니까!
'가족'은 권력이 아니지만 '결혼 후 가족'은 종종 권력이 된다. 그러나 그 권력이란 처음부터 주어진 적이 없는 권력이다. 부디 도취된 '가족' 권력에서 스스로를 해방하시길. #결혼 #비혼 #동거 #가족 #권력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