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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가톨릭 수녀원이 운영한 미혼모 시설에서 영유아 수백명의 유골이 발견돼 근본주의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미혼모 단체인 '아이리시 퍼스트 마더스'는 5일(현지시간) 멜르 웰런 아일랜드 법무부 장관에게 서신을 보내 미혼모의 아이들을 묘비나 관도 없이 암매장한 가톨릭 교회를 집단 학살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40대 초반부터 70대 후반까지 69명의 미혼모 출신 여성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미혼모 보호시설에서 아이를 출산한 후 입양을 강요받아 결국 아이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
 
이들은 카운티 골웨이의 투암 마을의 미혼모 보호시설 '성모의 집' 정화조에서 최근 영유아의 유골이 대규모로 발견되자 이러한 집단매장 사실과 강제입양이 그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초래했다며 이런 조치에 나섰다.

단체는 서신에서 "이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들의 종교적 사고방식으로, 집단 살해와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모든 사회적, 준법적 수단을 동원해 종교적으로 우리를 파괴하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었다"며 "가해자들은 가톨릭 이념에 따라 우리를 종교적으로 타락한 여성들로 낙인찍었다"고 강조했다.

또 집단매장의 책임을 묻는 작업이 지연돼선 안 된다며 "평생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야 할 엄마들은 살아생전 정의를 보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1925년부터 1961년까지 운영됐던 '성모의 집'은 20세기 초 존재했던 아일랜드의미혼모 보호시설 중 하나로, 보수적인 가톨릭 국가였던 이 나라에선 미혼모들은 '타락한 여자'로 낙인찍혔고, 출산한 아이들은 입양을 강요받았다.

또 미혼모 자녀들은 열등한 아이로 취급받으며 세례는 물론 교회 묘지 매장을 거부당했다.

역사학자 캐서린 콜리스는 지난 2014년 이 시설을 담당한 '봉 세쿠르'(Bon Secours) 수녀원 측이 작성한 사망 기록을 살펴본 결과 '성모의 집'에 수용된 어린이 중 796명이 집단 매장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가톨릭 교회는 지난 세기에 미혼 임신부와 아기 수만명을 수용하는 복지시설을 아일랜드에서 대규모로 운영했다.

성폭행 피해자들을 포함한 여성들이 출산을 위해 수용됐는데 이들 시설의 영아 사망률은 평균보다 높아 유기나 범죄 의심을 받고 있다.

이번 영유아 유골 발견으로 아일랜드가 발칵 뒤집히자 정부는 자체 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착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