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가득 '문화강좌' … 장 볼만하네
동인천 중앙시장 '시장학교' 재미에 맛까지 일석이조
부평지하상가, 피오피·폼아트 등 맞춤 프로그램 풍성
숭의 평화시장 '평화창작공간' 다양한 문화 체험 진행
▲ 왼쪽부터 동구 중앙시장 '시장학교', 남구 평화시장 '어린이건축교실', 부평 지하상가 '리본아트' 강좌.

 

 


조용했던 전통시장이 북적북적하다. 침체됐던 시장 골목이 아이들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중년들의 눈은 초롱초롱 빛나고 서툰 손은 바쁘게 움직인다. 시장은 더 이상 물건을 사고파는 곳만이 아니다. 남녀노소 모두 삼삼오오 시장 곳곳에 모여 각자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배우며 즐긴다. 각 구나 청년들이 직접 나서 전통시장 살리기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발길이 줄어든 시장과 지하상가가 문화예술공간으로 진화해 활기를 되찾고 있다. 많은 시민들의 취향을 '저격'할 다양한 문화예술 강좌가 열리는 시장의 모습을 살펴보자.

▲동구 중앙시장 '시장학교'
동인천 중앙시장은 2015년 6월 중소기업청 주관 '전통시장 청년상인 창업지원사업'에 선정돼 국비 2억2750만 원을 지원받았다. 청년 상인의 신선한 창업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빈 점포를 채워 시장골목을 활성화하고자 지난해 4월 '동구밭 청년길'이 탄생했다.

청년들은 원도심 특성상 볼거리와 놀거리가 부족한 것에 늘 안타까워했다. 특히 학생들을 위해 방학 때만이라도 학원이나 과외 등 학업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다양한 체험을 통해 자신의 적성과 장래희망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담 없는 학교'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시장학교'를 기획했다.

지난해 여름 처음 시도한 시장학교의 반응이 좋았던 덕에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말 '겨울시장학교'를 진행했다. 시장학교는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매장에 방문해 체험하는 방식이다.

이번 겨울방학학교는 동구밭청년길과 배다리 헌책방 거리에 위치한 '달이네 생활문화공간', '배다리 지하상가 전통공예거리'가 함께해 의미가 더 컸다.

학생들은 '칸 스터디센터'에서 진로체험을 하거나, '가문비나무'점에 들러 브로치·똑딱핀·구슬팔찌와 같은 액세서리와 카드지갑·하트가방 등을 만든다. 이처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강좌는 물론 성인의 취향까지 고려해 가죽공방에서 열쇠고리, 리본핀, 이어폰 줄감개 만들기를 진행했다.

프로그램 분야는 다양하다. 우쿨렐레와 팝아트, 서양자수와 같은 교양수업도 들을 수 있고, 떡꼬치·주먹밥, 커피를 직접 만들며 재미에 맛까지 '일석이조'로 즐길 수 있다.

동구밭청년길은 올 여름 한 단계 진화된 시장학교를 구상하고 있다. 임산부를 위한 '예비엄마 태교학교', 상시 이용할 수 있는 '방과 후 학교' 등 프로그램을 개발해 중앙시장을 다양한 대상과 함께하는 문화공간으로 발전시키는 게 그들의 바람이다.

신기항 동구밭청년길 대표는 "중앙시장은 공예와 직업을, 배다리 지하상가 전통공예 거리는 공예를, 헌책방거리는 인문학, 배다리 인근 지역 텃밭과 전통가옥은 도시속의 시골을 테마로 잡아 '체험학습단지'로 조성하고 싶다"며 "아이들과 청소년들은 인성을 발달하도록 하고 성인에게는 정서적 치유가 되는 공간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부평구 지하상가 '모두몰 문화센터'
인천시와 부평구청,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공동 주최로 2015년부터 3년간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된 부평지하도상가에도 문화예술 바람이 한창이다.

주최 측은 시민과 지하상가 상인을 대상으로 맞춤 문화프로그램을 마련해 교육뿐만 아니라 상인-고객 간 소통의 장을 만들었다.

올해는 1월23일부터 2월18일까지 캘리그라피, 피오피(P.O.P), 폼아트 등 정규강좌 3과목과 냅킨아트, 리본아트 등 단기강좌 2과목, 특강강좌인 양초공예 등 총 6강좌를 40회에 걸쳐 진행했다.

강좌는 홀로그램 소간판이나 입체홍보보드, 문패 등 상인들이 활용하기 좋은 손글씨 위주로 이뤄졌다. 약 한 달 간 총 217명이 참여해 교육을 받았다. 부평구에 따르면 프로그램이 끝나고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 강좌 호응이 좋았으며 계속해서 진행하길 바란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문화센터가 다시 진행이 된다면 희망하는 강좌는 무엇인가' 라는 설문에, 피오피(36명)가 가장 인기가 많았고 캘리그라피(28명), 리본아트(22명) 등이 뒤를 이었다.

부평구와 문화관광형시장사업단은 설문 결과를 반영해 이번 달부터 12월까지 문화 강좌를 시작한다. 내용은 지난 겨울과 비슷하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 홍보를 통해 더 많은 참여자를 모으는 동시에 양질의 교육을 추가해 '문화체험의 공간, 상인과 시민이 모두 행복한 지하상가'를 만들 계획이다.

김민균 부평구 문화관광형시장 사업단장은 "2015년부터 매년 진행하면서 노하우가 많이 쌓여 올 봄엔 프로그램 구성과 강습생 관리를 더욱더 체계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남구 숭의평화창작공간 문화예술강좌
1990년대까지 호황을 누리다 재개발 사업으로 쇠락한 숭의평화시장과 우각로예술인마을, 숭의목공예마을(숭의동 124 일대)은 본격 '문화 3각벨트'로 거듭날 예정이다.

2015년 남구는 숭의평화시장 빈 건물 6개동을 사들여 예술인들의 작업공간으로 만들었다. 전통 술·차 만들기, 필리핀 전통음식 체험, 미술 창작·전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평화시장 길 건너에 목공예 체험을 할 수 있는 숭의목공예센터와 경인전철 1호선 도원역 뒤편 재개발 지역의 빈집을 개조해 만든 우각로 예술인 마을도 원도심에 문화예술 바람을 불어넣기 위한 대책이었다. 구는 각자 별도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이곳을 통합해 연계 프로그램 통한 구도심 활성화를 고민해왔다.

올해 '숭의 평화창작공간 문화예술강좌'를 주민참여예산제로 선정하고 '평화시장 살리기'에 나섰다.

구는 이번 주부터 5월27일까지 총 10강좌를 구성했다. 프로그램별 주 1~2회 꼴로 총 13강이 진행된다. 수업 진행은 최경숙 인천시민합창단 지휘자, 이옥진 염직전문가, 김진미 캘리그라피 전문가, 조민제 도예가 등 평화창작공간 작가와 입주강사가 맡았다. 남구 주민들은 발길을 끊었던 평화시장에서 취향에 맞는 다양한 예술 활동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봄철 황사 예방에 좋은 차(茶)부터 매화·장미꽃차, 화이트데이나 어린이날, 어버이날 같은 기념일을 한껏 풍성하게 해 줄 케이크와 캐러멜 만드는 법을 배우는 '전통 꽃차', 밀 누룩, 죽, 범벅, 떡으로 우리 술을 직접 만드는 '전통주 빚기', 기본 리듬부터 시작해 내가 평소 좋아하던 곡을 젬베로 연주하는 '두드림으로 표현하는 나의 흥', 정물화, 풍경화는 물론 얼굴의 특징을 잡아 개성 있게 표현하는 캐리커처를 배우는 '수채화 교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내 몸에 건물 설계법을 빗대어 배우며 보다 쉽게 건축의 기초부터 배울 수 있는 '어린이 건축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민재홍 남구 문화산업팀장은 "앞으로도 상시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작품발표회를 개최해 주민들이 성취감과 동시에 배움을 즐거워하길 바란다"며 "소외됐던 숭의평화시장을 문화시장으로 전환해 문화예술에 취약한 원도심이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