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시 남면적십자 봉사회 전윤찬씨
지뢰사고로 무릎 절단 … 나눔실천하며 시련 극복

군 복무 시절 두 다리를 잃고 퇴역한 뒤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적십자사 봉사원이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양주시 남면적십자 봉사회에서도 열혈 봉사원으로 손꼽히는 전윤찬(49·사진)씨.

젊은 시절 직업군인이었던 전 씨는 지난 92년 군 복무 중 지뢰작업을 하다, 부하를 구하고 본인의 양 무릎을 절단하는 사고를 당했다.

양쪽 다리에 의족을 끼고 생활하게 된 전 씨는 세 자녀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 힘들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다 '봉사'에 나서게 됐다.

전 씨는 "장애를 갖고 퇴역한 후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현실에서 인생의 큰 시련과 좌절감을 맛보았다"며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작아지다보니, 대인기피증이 생기는 등 사람들과의 소통도 거의 몇 년 동안은 하지 않았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낸 시간이 길었던 만큼 무엇인가를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며 적십자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전 씨는 2012년부터 봉사활동을 시작, 현재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달력에 한 달 내내 봉사활동 일정이 꽉 차 있을 정도로 '봉사'가 곧 생활이 됐다.

전 씨는 "맨 처음 봉사활동에 나갔을 때는 이어폰을 낀 채로 물건을 나르기도 했다"며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았고, 잘 어울리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봉사를 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집 밖으로 나가 봉사원들과 어울리는 것부터가 굉장한 용기를 내야했던 일이었다"고 털어놨다.

2014년 겨울, 사할린 동포들이 영구 귀국하면서 양주지역에서 이들의 정착생활을 돕는 손길이 필요해지자 전 씨는 열혈 봉사원으로 거듭나게 됐다.

전 씨는 "그리운 고향 땅에서 노후를 보내기 위해 찾아 온 이들을 위해 적십자 봉사원으로서 정착생활을 돕게 된 일이 뜻깊었다"며 "지금도 이들과 맺은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독거노인 방문봉사부터 물품 배달까지 전씨는 불편한 몸임에도 솔선수범하고 있다.

그는 이같은 열정으로 지난해 11월 전국 14만 명의 적십자 봉사원들의 협의체인 대한적십자사 봉사회 전국협의회에서 회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전 씨는 "어두운 방안에 움츠려있다가 봉사를 통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며 "진정으로 봉사를 실천하는 일은 말이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편한 몸에도 불구, 움직일 수 있는 한 봉사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전 씨는 환하게 웃어 보였다.

/안상아 기자 asa8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