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옥 경제부장
24일 오후 인천시 서구 검단 들녘. 새봄을 알리려는 듯 햇살이 비추었지만 겨울을 보내기 아쉬워하는 찬바람은 매서웠다. 현장엔 200여 명 남짓 주민들이 모여들었다. 검단새빛도시 조성공사 1-1공구 착공식 풍경이다.

원주민들에게 수많은 추억과 정겨움을 선사했던 마을은 이제 집과 건물이 모두 헐리고 논밭도 메워져 불과 2~3년 전의 형체는 전혀 알아 볼 수 없는 평지로 변모해버렸다.
검단새빛도시를 공동 개발하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인천도시공사가 이번 착공식을 계기로 올해 아파트용지 공급에 들어가면서 그동안 미흡했던 교통망 등 도시기반시설 확충이 이뤄지리란 기대가 있다. 검단새빛도시는 사업면적만 11.2㎢(338만평)에 달하며 전체를 3개 구역으로 나눠 단계별로 추진되는데 2023년 개발이 완료된다. 보는 눈에 따라 차이는 있겠으나 '서울 근접 생활권'이란 이점이 있기에 분양 성공을 예상하는 분석이 우세하다.

인천에선 검단새빛도시 이외에도 곳곳에서 택지를 새로 조성하거나 기존 주택가를 재생하는 공사가 봇물 터진 듯 진행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와 영종하늘도시에선 연초부터 대단위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착공한 서구 가정동 루원시티(LU1 City) 도시개발사업은 규모 면에서 단연 돋보인다. 인천 원도심 재생사업의 핵심으로 평가 받는 루원시티 사업은 가정5거리 일원 93만여 ㎡를 재개발해 1만여 세대 2만4000여명의 인구를 수용하는 계획이 뼈대다.

동구, 남구, 부평구 등지의 원도심에선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나 뉴스테이 연계형 도시정비사업이 벌어지고 있다. 뉴스테이는 중산층 주거안정을 명분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형 임대주택이다. 입주자격에 별다른 제한 없이 임대료 상승을 엄격히 억제(연 5% 이내)한 임대주택에서 최장 8년 간 생활할 수 있는 주택 형태다. 시공은 민간 건설업체가 맡고 건물 운영·관리는 별도 법인이 담당한다. 8년 간 산 연후엔 분양전환을 통해 온전한 자신의 집으로 만들 수도 있다. 도화, 십정, 금송, 송림, 전도관, 동인천 구역 등이 대표적이다.

인천에선 최초로 송영길 전 인천시장 재임 당시 '누구나집'이란 상표로 도화지구가 뉴스테이 사업지구로 지정됐다. 그러나 뉴스테이 입주자 입장에선 통상적인 보증금과 월세보다 오히려 비싸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면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동구 송현동 동인천역 일대는 2022년까지 민간자본 2조 원가량을 유치해 뉴스테이로 개발하는 구상이 진행되고 있다.

80층 높이 복합상업시설과 5800가구의 뉴스테이를 짓겠다는 야심찬 포부다. 부평구 십정동 십정5구역은 주택재개발정비조합이 뉴스테이 연계형 정비사업으로 방향을 정하고 임대사업자와 시공사를 선정했는데 아파트 2300여 채가 들어설 참이다. 한국토지신탁이 투자자 겸 자산관리사(AMC)로 참여 중인 부평구 청천동 청천2구역도 뉴스테이로 추진되고 있다. 2020년 입주 목표인데 전체 5190채 중 3196채가 뉴스테이로 공급된다. 일부 뉴스테이 사업지역에선 파열음이 크다.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이 번번이 유찰되는가 하면 사업대상지 내 땅과 건물의 보상가를 둘러싼 원주민들과 사업시행자 간 마찰로 민심이 흉흉하다. 보상가는 낮은 반면 입주민의 임차료(월세) 부담은 지나치게 커 임대사업자 배만 불리는 사업구조 아니냐는 주장도 끊이질 않는다.

2015년 기준 인천의 주택보급률은 101%. 인구 1000명 당 주택 수는 365호로 2010년보다 22호 늘었다. 이웃인 경기도(98.7%)나 서울(96.0%)보다 더 높다.

문제는 동시다발적인 주택건설사업이 앞으로 수년 내 주택물량 집중으로 수요-공급 리듬이 깨지면서 부동산시장에 대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건설업계와 부동산업계가 동시에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인구 300만 명을 돌파한 '성장도시 인천'이라지만 과연 순 인구유입 요인을 기대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인구 유입은 일자리와 정주 여건이 핵심 조건인데, 그러려면 신생기업과 외지기업의 인천 유입이 전제돼야 한다. 교통·환경·교육 등 생활이 편리한 정주 여건도 향상돼야만 한다. 순 인구유입 유발 동력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지금 인천 원도심의 몰락은 자꾸만 새로 생겨난 택지와 신도심에 기인한 바가 크다. 원도심에서 신도심으로 연쇄이동한 인구가, 외지에서 인천으로 유입한 인구보다 결코 적은 규모가 아니었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식의 셈법으론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설계하기 어렵다. 제 2의 도심 양극화 현상을 불러오는 재앙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염려해야 한다.

'강한 파도가 강한 어부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 강한 파도에 맞서 살아남으려면 어부도 강해야겠지만, 어부를 실은 배가 파도에 뒤집히지 않도록 단단해야 한다. 인천의 주택시장이 튼튼한 내성을 갖추고 있는지 미리 점검하고 수리해 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