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첫 입주 28년간 '보금자리' 역할…내년 9월부터 재개발
인천 직장 여성 아파트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내년 9월부터 재개발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26일 인천시에 따르면 부평 산곡동에 지은 인천 직장 여성 아파트는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여성 근로자의 전용 주거 공간이다.

금남(禁男)의 집으로 불린다.

1989년 7월29일 첫 입주자가 들어온 이래 28년간 미혼 독신여성의 보금자리였다.

현재 200가구에 319명이 살고 있다.

이 아파트는 우리나라 산업화 시대의 산물이다.

1970~1980년대 부평산단이 경제발전의 중추 역할을 하면서 많은 이들이 부평으로 몰렸다.

대다수 여성 근로자가 하루 12시간 넘게 노동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하지만 먹고 잘 곳이 마땅치 않았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이 주변 시세의 절반 가격에 아파트를 제공했다.

건립 당시에는 한 가구에 3~4명씩 살았다. 일종의 사택 개념이었다.

아파트가 별로 없던 시절인데다 시설도 좋아 입주하려는 대기자가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부평산단의 일부 공장이 지방으로 둥지를 옮기고, 업종이 바뀌면서 입주민이 줄기 시작했다.

70가구가 비어 있다.

일부 가구에는 부평산단 여성 근로자 대신 보육교사, 간호조무사, 일반 사무직 여성들이 산다.

이런 가운데 이 아파트는 내년 9월 재개발을 시작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행복주택을 짓는다. 10월 이후에는 입주자를 받지 않는다.

시 관계자는 "경제발전을 이끈 부평산단 여성 근로자의 애환이 녹은 장소가 사라져 아쉽다"며 "행복주택을 지으면 직장 여성 근로자가 먼저 입주하도록 배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