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주택 밀집 수원 지동
中 동포 등 46명 4년째 활동
범죄 사각지대 빈집 꼭 확인
중국인 위험 편견불식 기여
▲ 조선족과 중국인 귀화자들로 이루어진 자율방범대원들이 24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지동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이들은 오원춘 사건 등 강력 범죄가 빈번했던 지동 일대에서 지난 2013년부터 자율적으로 방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수연 기자 ksy92@incheonilbo.com
"지동에서 외국인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구석구석 꼼꼼히 순찰해야죠." 24일 저녁 어두워진 지동 일대를 밝힌 것은 중국동포들로 구성된 자율방범대다. '오원춘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경기 수원 지동에 지난 2013년 4월 외국인 자율방범대가 만들어진 이후 4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중국동포 18명으로 구성된 외국인 자율방범대는 매주 두차례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지동 일대를 순찰한다.

2016년 9월부터는 귀화자 28명으로 이루어진 자원봉사단체 '지동신흥노인활동중심'도 순찰에 동참했다.

4인 1조로 지동 일대를 집중 순찰하고 있는 방범대원들은 이날 첫 순찰지로 지동초등학교를 찾았다.

방범대원 이만복(72) 씨는 "어린 아이들이 위험하게 저녁 늦도록 놀고 있으면 되나? 집에 들어가야지"라며 놀이터 미끄럼틀 아래까지 꼼꼼히 살폈다.

미약한 가로등 불빛이 밝혀주고 있는 어두운 골목길에도 이들의 빨간 경광봉이 빛을 발한다.

지동 인근은 수원 구도심으로 오래된 주택들이 밀집해 있다. 해가 진 후 만난 빈집은 짙은 어둠과 거미줄로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방범대원 김병무(60) 씨는 "이렇게 빈집들은 범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순찰돌 때 꼭 들려 상황을 체크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자율방범대의 순찰은 지동 인근 놀이터와 인적이 드문 외곽지역까지 이어졌다.

홍임순(60) 씨는 "지역주민으로서 안전한 지동 만들기에 동참하고자 방범순찰을 돌고 있다"며 "순찰을 돌면서 우리 동네라는 애착심이 더 강해진다"며 뿌듯해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수원시 팔달구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숫자는 1만4370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주로 지동, 고등동, 매산동, 매교등, 수원역 등에 모여 살고 있다. 지동에는 약 1500여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으며, 이는 동 전체 인구의 약 9%를 차지하고 있다.

수원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조선족이나 중국인들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범죄률이 더 높지는 않다"며 "이들도 공동체를 형성해 동네 치안활동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자율방범대 활동으로 주민들이 갖고 있는 중국인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고 지역 주민으로 살고 있는 중국동포들의 봉사활동을 통해 외국인 범죄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지동신흥노인중심 김덕선(76) 회장은 "89년도에 한국에 들어와 국적을 획득한지 10년이 지났다"며 "초등학교 앞 교통지도나 동네 청소활동, 자율방범활동 등을 하며 지역사회에 녹아드는 노력을 하다보니 중국동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늦은 밤 외국인 자율방범대원들은 오늘도 '제2의 고향'을 지키기에 앞장서고 있다.

/김중래 인턴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