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신섭 정치부 차장
▲ 황신섭 정치부 차장



"선배!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요."

23일 오후 부서 막내 곽안나 기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정치부 기사를 한창 마감할 때였다.

곽 기자는 이날 인천시의 출산 장려정책 중 하나인 '아이맘(I-Mom)' 사업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보고했다.

시가 출산한 산모들에게 상품권을 주는데 어린 아기에게 필요한 분유, 이유식, 기저귀를 살 수 없다는 것이었다.

확인해 보니 실제로 인천의 한 육아 커뮤니티에도 이런 문제점을 질타하는 산모들의 불만이 잇따랐다.

아차, 싶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며칠 전 시가 이 사업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보도 자료를 아무 생각 없이 썼기 때문이었다.

정치부 특성상 하루에 관공서에서 보내는 보도 자료를 평균 20~30건 정도 본다.

내용이 괜찮다 싶으면 시민들이 알 수 있게끔 기사로 쓴다.

관공서 보도 자료에 오기가 없는 이상 거짓은 없다. 그러나 곱씹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일이 그랬다.

시는 아이맘 사업이 산모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며 자화자찬을 늘어놨다.

14년차 기자인 나도 참 좋은 출산 장려 정책이라 여겼다.

하지만 막내 기자 생각은 정반대였다. 산모들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문제점을 파악한 뒤 꼼꼼히 취재해 보도했다.

결국 시는 상품원의 구매 물품 범위를 확대하기로 정책 방향을 바꿨다.

21일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시는 전문적인 직업 훈련을 통해 청년계층의 취업 역량을 강화한다는 보도 자료를 냈다.

실상은 보도 자료와 달랐다.

곽 기자는 청년 계층의 취업 실태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직업 훈련 뒤 일자리를 얻은 청년 숫자는 매우 적었다.

볼이 또 달아올랐다.

발로 뛰는 후배에게 다시금 초심을 배웠다. 선배 기자일수록 보도 자료의 덫에 걸리면 안된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