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기업들의 무차별적인 사업영역 확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에 따른 역기능도 수없이 지적돼왔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여론도 아랑곳없이 이들의 '탐식'은 더욱 왕성해져만 가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기업활동에서 사업의 다각화는 필연적이다.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또 이를 토대로 생존해가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그 것은 하나의 '도전' 내지 '모험'일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이 손을 뻗치는 대상이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상인들의 업역이라는데 있다. 이름만 대면 알 정도의 재벌기업이라면 국외를 무대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것이 마땅하다. 기업의 위상이나 브랜드에 걸맞게 세계 유수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것이 순리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들이 소위 '사업 다각화'의 명목으로 손을 뻗치는 곳 대부분이 중소기업과 상인들에 의해 이미 영업적 수익성이 검증된 분야에 집중돼 있다. 도저히 경쟁이 이뤄질 수 없는, '손 안 대고 코 푸는'격의 이러한 관행은 우리나라 경제구조를 보다 기형적으로 만들고, 오랜 기간 한 분야에 인생을 걸다시피해온 중소기업인과 상인들의 생존권을 심각히 위협하고 있다.

지난주 끝난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식·음료 사업권 입찰 결과 예견됐던대로 재벌기업들의 잔치로 끝났다. 3개 사업권은 롯데와 LG, 파리크라상에 각각 돌아갔다. 이들이 재임대를 통해 개인 및 중소사업자를 대상으로 임대료를 올려 수익확충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는 결국 매장을 직접 운영하는 중소사업자들과 이용객들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인천공항에서 재벌 대기업의 과점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데에는 인천공항공사도 한몫 했다는 지적이다.

입찰조건에 인지도 높은 브랜드, 직영능력 보유, 식·음료 전문기업 유치 등을 내걸어 결국 재벌기업들 만의 잔치판을 만들어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수 많은 외국인들이 오가는 나라의 관문인 공항에서는 반드시 재벌기업들 만이 장사를 해야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보다 합리적이고, 대-중소기업 간 상생을 선도할 수 있는 정책의 시행을 공기업인 인천공항공사에 당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