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대비 최소 2배 … 시, 수치없이 엉터리 자료 배포
"올해 대기오염도 측정망 구축해 정기조사 나서겠다"
인천시가 '기준치 이내'라던 사월마을 주변의 대기에서 '중금속 물질'이 검출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근 측정소보다 적게는 2배, 많게는 최대 15배까지 높은 수치가 검출됐다.

검출된 물질 가운데 크롬(Cr) 등은 대표적인 발암성 물질이라 피부염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노출될 경우 암을 유발할 수 있는데도 시는 이를 기준치 이내라고 표현했던 것이다.

시는 이달 21일 설명자료를 내고 "사월마을에서 작년 2회 대기 오염도를 조사를 통해 미세먼지(PM10)·철(Fe) 등 12개 항목을 측정한 결과, 연희측정소보다는 오염도가 높게 나타났지만 기준 이내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사월마을 환경비대위가 수도권매립지와 폐기물 업체에서 발생한 쇳가루로 환경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한 직후였다.

그런데 확인 결과, 시가 조사했다던 12개 항목 가운데 중금속에 속하는 구리(Cu)·카드뮴(Cd)·크롬(Cr)·니켈(Ni)·알루미늄(Al) 등 10개 항목에서 연희측정소(서구 심곡동)보다 높은 수치가 검출됐다.

시는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진 않았지만 크롬과 니켈에서 9~15배, 나머지 항목에서 2배 정도 높은 수치가 나왔다고 밝혔다.

시가 '기준치 이내'라고 표현한 까닭은 법에 대기 중 일부 중금속에 대한 기준치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대기환경기준은 미세먼지와 납(Pb) 등 8가지 항목에 기준치를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중금속들은 짧은 시간 노출돼도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기준치가 사실상 '0'에 가깝다.

임종한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카드뮴에 노출 빈도가 높아지면 한 때 일본에서 발생돼 유명한 '이따이따이' 병에 걸릴 확률이 높고, 심한 경우 신장에도 손상을 가해질 수 있다"며 "크롬 또한 장시간 노출되면 암발생 위험성이 높아진 데다 자가면역질환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시의 사월마을 대기오염 조사 기간이 너무 짧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는 사월당 경로당에서 지난해 8월22일부터 25일까지, 같은 해 10월6일부터 17일까지 짧게는 3일, 길게는 9일 간에 걸쳐 조사했다. 반면 전문가는 기후 등을 고려할 때 적어도 2주는 측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 관계자는 "미세먼지와 납이 기준 이내고, 나머지는 연희측정소보다 높다는 뜻인데 급하게 자료를 배포하느라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서 "사월마을에 올해 대기 오염도 측정망을 구축해서 정기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